"경제강국이 되려면 제조업의 경쟁력과 선진 금융시스템, 국제적인 영향력이
있는 통화등 3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금융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나 선진금융시스템의 구축은 아직 요원하다. 원화의 영향
력 확대 역시 기대난이다. 기댈 곳은 제조업밖에 없다. 제조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김우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외환위기에 몰려 우리 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의 신탁통치 아래로 들어간
지 1년3개월.

새 천년이 시작되는 2001년까지 남은 시간은 1년11개월.

우리나라는 공교롭게도 새 천년을 맞이하는 시대전환의 길목에서 외환위기
라는 벽에 부딪쳐 시련을 겪고있다.

당장의 IMF관리체제 탈출 방안과 장기적 안목에서의 새 천년 설계를 동시에
해야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새 천년은 유례없는 대변혁( mega-trend and change )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산업사회가 정보사회로 점차 바뀌고 세계무역기구
(WTO)체제의 출범 등에 따라 국경없는 대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가 IMF관리를 벗어나 새 천년에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IMF관리체제 돌입 이후 제조업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제조업 재무장
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제조업의 뒷받침없이는 선진국 진입은 물론 당장의 과제인 IMF관리체제
탈출도 어렵다.

제조업을 등한시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가는 섬유와 신발류의 쇠퇴가 잘
보여준다.

우리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이유로 대표적 수출산업이었던 섬유와 신발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했다.

그 결과 고부가가치화를 이루지못해 중국등 후발개도국에 추월당했다.

국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섬유와 신발의 비중은 23%(95년)까지 떨어졌다.

대만(31%)뿐만 아니라 선진국이라는 일본(36%)보다도 낮다.

잘못된 판단 때문에 선진국도 포기하지않은 산업을 우리만 내팽개친 꼴이
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비중은 지난 88년의 32.1%를 정점으로 매년 급락, 97년에는 25.7%
까지 떨어진 상태다.

제조업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정보통신 및 생명공학 기술과 결합되면서 제조업에 기초한 새로운 산업,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제조업의 무한한 영토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제조업의 신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새로운 1천년에 대한 적극적인
응전이다.

요즘 정부 부처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산업도 제조업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을 경우 사상누각일 뿐이다.

김세원 교수(서울대)는 "수출의 필요성이나 규모의 경제 실현과 같은 우리의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제조업이 산업구조의 중심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의 서비스화"와 신산업 육성이 세계적 추세이고 우리 역시 여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서비스화"가 이 부문의 활성화를 의미하지 확대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발전속도가 빠른 서비스 산업이나 신산업의 개념을 1,2,3차
전산업에 응용해 신제품 개발,기존 제품의 품질향상, 생산성 제고 등을
실현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