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과 생활용품은 최근 외국계 업체들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진
분야중 하나다.

이 분야 업체들은 경제위기 발생 직후 외국브랜드에 대한 반감 때문에 고전
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거나 한국업체를 인수하는 등의 방식
으로 어려움을 타개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외국인과 함께 하는 한경포럼''의 21번째 순서로 크리스찬
디올 코리아와 P&G 코리아의 경영진을 만나 한국에서의 사업여건과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들어봤다.

이들은 한국인 직원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합리적이고 꼼꼼한 소비자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다.

한편 우수한 제품을 내놓으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는 미흡한
한국업체들에 대한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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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이후 1년 한국에서의 사업 여건 ]

[ 참석자 : 커크 페리 < P&G코리아 이사 >
니콜라스 캉트노 < 크리스찬디올코리아 사장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사회 > ]

<> 전성철 변호사(사회) =크리스찬 디올과 P&G는 모두 여성과 관련있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므로 직원중에도 여성이 많을 듯하다.

여직원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 니콜라스 캉트노 크리스찬 디올 코리아 사장 =직원 2백90명 가운데
여성판매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부서는 최근까지 여직원만으로 운영되다가 몇달전 남자직원 몇사람이
투입됐다.

본사 사무실 직원 약 50명중 20명이 여성이다.

여성들은 남성에 조금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은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 마케팅 매니저는 오랫동안 여성이었다.

또 경영진이 남성보다 여성을 선호하기도 한다.

남성들은 보수가 높은 곳으로 자주 옮기는 반면 여성은 한 직장에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는 경우가 많아 경영진이 여성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 커크 페리 P&G코리아 이사 =우리 회사조직은 크게 마케팅과 기획.관리의
두 부문으로 나뉜다.

마케팅부서는 거의 남성들로 이뤄져 있지만 기획.관리부서의 경우 30~40%가
여성이다.

화장지 아기기저귀 모발용품 비누 등 우리 회사 주력제품 대부분은 여성과
가까운 생활용품들이다.

때문에 당연히 여성직원 수가 적지 않다.

또 제품 기획단계부터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려면 직원들의 성별 나이 성향
등이 다양할수록 좋다는게 우리 경영진의 생각이다.

<> 사회 =직원들의 영어숙련도는 어떤가.

<> 캉트노 사장 =직원의 90%가 아주 유창하거나 업무에 지장없는 정도로
영어를 구사한다.

사내 업무용 언어는 불어와 영어지만 채용에는 불어구사능력이 필수요건은
아니다.

사내에 불어 연수프로그램이 있어 희망자는 배울수 있다.

<> 페리 이사 =P&G와 쌍용의 합병 초기에는 직원들의 영어구사 능력이
부담스러운 문제였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집중적인 사내 영어 연수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직원들
의 영어구사력이 매우 높아졌다.

어떤 이들은 거의 한마디도 못하다가 업무수행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영어를
잘하게 됐다.

<> 사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한국인들의 사고방식
이 크게 국제화되기도 했지만 반면 민족주의적 감정도 불거져 나왔다.

IMF체제 이후 사업에 변화가 생겼는가.

<> 페리 이사 =경제위기 초기에 외국산 상품에 대한 극심한 거부감이
나타났다.

우리 경우엔 한국에서 1천명의 생산인력을 고용해 만든 제품을 아시아
전역에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단지 브랜드에 연연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캉트노 사장 =초기에는 외국산 상품에 대한 반감 때문에 한국상품으로
바꾼 고객들도 있었다.

하지만 98년 하반기부터 외국산 상품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 페리 이사 =전반적으로 외국산 상품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70년대 일본 자동차회사가 미국에 진출했을때 지금의 한국에서보다 훨씬
큰 반감에 부딪쳤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업계는 그런 경쟁환경속에서 더욱 성장할수 있었다.

<> 캉트노 사장 =크리스찬 디올 코리아는 외국산 특히 프랑스제품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영업하기 좋았다.

고급화장품 분야에서는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위기 초기에는 소비가 급격히 줄어든데다 수입가도 올라가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98년 한해를 놓고 보면 이전보다 약 10%정도 매출이 줄었다.

<> 페리 이사 =우리도 위기 초기에 판매가 뚝 떨어졌다.

우리는 수출업체이기 때문에 원재료를 수입해야 한다.

그런데 달러환율이 오르자 원재료 값도 올라 생산비용이 크게 늘었다.

불가피하게 제품값을 올리자 소비자들은 더 싼 브랜드를 찾아 이동했다.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이 멈추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사회 =P&G는 쌍용제지를 인수하면서 외국회사라는 이미지를 많이 없앤
것으로 안다.

<> 페리 이사 =오래된 대기업인 쌍용과 다국적기업 P&G의 만남은 서로에게
큰 도움을 줬다.

P&G가 쌍용을 통해 외국기업이라는 인상을 줄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쌍용이 한국소비자를 잘 안다는 점이 더 큰 도움이 됐다.

<> 사회 =다른 나라와 비교할때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은 어떤 편인가.

<> 캉트노 사장 =소비자들이 제품특성을 너무나 잘 안다는데 놀랐다.

한국소비자들은 심지어 타사제품과 크리스찬 디올 제품의 가격 품질 제품
구성 등을 비교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지적하고 최신제품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표한다.

<> 페리 이사 =한국 소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고 까다로운 이들중
하나다.

한국 부임초 주부 소비자들과 면담을 했는데 이들은 유아용제품과 EQ 등
아기 발달상의 상관관계를 얘기했다.

한국소비자들의 꼼꼼함과 상품지식은 전세계적으로도 수위에 든다.

<> 사회 =여성용 제품을 남성이 판매.관리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 캉트노 사장 =프랑스 크리스찬 디올의 경우 향수담당 이사는 여성,
스킨케어제품담당 이사는 남성이다.

제품의 주 고객이 여성이므로 여직원들이 소비자의 요구를 더 잘 알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여성보다 훨씬 제품성격과 소비자 요구를 잘 알고 민감한
남성도 많다.

<> 페리 이사 =여성 생리용품의 경우 주로 여성이 담당한다.

하지만 모발용품이나 화장품에는 남성도 많이 참여한다.

거꾸로 남성용 화장품팀에도 여성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올드 스파이스"라는 우리 남성화장품의 마케팅 담당자는
여성이다.

많은 여성이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화장품을 직접 사거나 구입하는데 영향력
을 발휘하기 때문에 여성의 취향이 중요하다.

<> 사회 =한국의 화장품 산업을 어떻게 보는가.

<> 캉트노 사장 =한국은 1인당 화장품 소비액수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인
거대시장이다.

한국시장은 그 형태에 있어 미국 유럽과 크게 다르다.

유럽에는 유서깊은 고급브랜드와 대중적 상품이 확연하게 구분돼 있다.

고급브랜드는 백화점 등 고급상점에서만 판매되고 슈퍼마켓용 중저가제품은
별도의 그룹을 형성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같은 브랜드가 백화점 할인점등에서 동시에 팔린다.

이런 판매방식은 이미지관리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한국업체는 우수한 첨단상품을 많이 만들면서도 상품을 고급화 국제화
시키는 기술은 부족하다.

<> 사회 =한국경제의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페리 이사 =한국이 역경을 딛고 재도약해가는 과정은 매우 역동적이었다.

<> 캉트노 사장 =한국인들은 초기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굳게 뭉쳐 그
어느나라보다 먼저 위기를 탈출했다.

역경에도 꺾이지 않고 합심해 노력하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도 귀감이 됐다고
본다.

< 정리=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