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골손님 : 최현만 <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
문순민 < 하나은행 PB팀장 >
정광영 <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김찬경 < 미래유통정보연구소 소장 >

겨울은 이제 다 지나간 모양이다.

바람도 한결 포근해졌고 옷차림도 제법 가벼워진 모습이다.

그러나 봄은 왔어도 아직 우리 생활 주변은 한겨울이다.

실직자 수가 2백만명에 육박하고 끝나지 않은 구조조정은 더 많은
실직자들을 예고하고 있다.

봄바람처럼 풀어졌다가 또 다시 IMF의 시련을 겪을지도 모를 살얼음판
위에서 우리는 어떤 희망을 갖고 출발할 것인가.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봄맞이 재테크 2탄으로 3천만원 게임을 준비했다.

3천만원이라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이 목돈을 조심스럽게 굴려보자.

재테크전문가 4인방의 노하우가 여러분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전문가의 손길을 느껴보자.

"자, 3천만원으로 어떤 재테크를 할 수 있을지, 오늘은 부동산 전문가인
정광영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장부터 말씀을 해주실까요?"

"오늘은 투자금액도 지난주와 달리 3천만원으로 상향조정됐으니 뮤추얼펀드
형 부동산투자 방법을 소개하죠.

증권도 그렇지만 요즘은 뭐든지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큰 돈을 만들어
투자하는 뮤추얼펀드가 돈버는 세상이 됐다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3억원짜리 빌딩을 단돈 3천만원으로 살 수 있어요.

3천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 10명이 모이면 3억원짜리 빌딩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김찬경 미래유통정보연구소장이 정 소장의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에이,그 거 동업이나 마찬가진데 그렇게 사서 어떻게 운영하려고
그러시나?"

"그러니까 뜻이 맞는 사람, 더 좁혀서 가족이나 친지들이 공동투자를 하는
겁니다.

가족끼리 돈 모아서 빌딩 하나 장만하면 얼마나 좋아요?"

"설사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샀다 치더라도 빌딩을 운영하는데 문제가
한두가지겠어요?

세상에 못믿을게 돈이고 사람 마음인데?"

김 소장의 잇단 반박에 정 소장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허참, 그래서 부동산 뮤추얼펀드제도가 도입되고 펀드 매니저들이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거 아닙니까.

펀드 매니저들이 매물을 알선하고 회계처리등 부동산 운영까지 맡아주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주)의 최현만 상무가 정 소장을 지원하고 나섰다.

"부동산 뮤추얼펀드도 주식시장의 뮤추얼펀드상품과 똑 같습니다.

조만간 생길 부동산 뮤추얼펀드 회사에 가서 부동산 상품을 고르면 됩니다.

이때 부동산의 수익성등을 따져보고 사는 거죠.

앞으로는 부동산 펀드 매니저들의 운용실적도 공시될 것입니다"

최 상무의 얘기에 정 소장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최상무가 재테크의 기본이 돼있는 사람이야.

아는 것도 많아요"

장사전문가인 김찬경 소장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볼멘소리를
했다.

"원 참, 부동산이 증권처럼 갑자기 복잡해지는구먼.

과거에 없던 부동산 펀드매니저들을 믿고 투자할 수 있을까?

게다가 부동산 컨설팅은 신뢰가 없어진지 오래됐는데..

나 같으면 선뜻 못 살 것 같아"

침묵을 지키고 있던 문순민 하나은행 PB팀장도 한마디했다.

"부동산 뮤추얼펀드제도는 적은 돈으로 거액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체가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오해하면 안돼요.

투자에 신중해야합니다"

문 팀장의 일침은 퍽 예리했다.

그렇다고 정 소장이 이에 질리없다.

"은행을 이용한 투자는 솔직히 뻔한거 아닙니까?

굼벵이 같아서 어떨땐 속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다니깐요"

"그래도 저는 초지일관 은행 금융상품을 고집하고 싶습니다.

왜냐?

우리 경제가 고비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들이 도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몇년 걸려 마련한 피같은 돈 3천만원을 하루아침에 날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실 요즘은 모든 금융기관의 금리가 평준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금할 때 세금우대 상품에 가입하셔야 합니다.

연 9.5% 이율에 세금은 일반세율 24.4%보다 낮은 11.2%이기 때문에
절세 효과가 큰 것입니다.

세금우대정기예금에 본인명의로 2천만원,자녀명의로 1천만원씩 가입하십시요

예금자보호법 대상이니까 안전빵입니다.

단, 만 20세 미만의 자녀명의로 가입할 경우 1천5백만원까지만 증여세가
면제되니까 이 점만 유의하시면 됩니다"

정광영 소장은 문 팀장의 설명이 고리타분하다는 표정이다.

"그래봤자 몇푼 못건지잖아요.

3천만원으로 빌딩을 사서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있는데 자녀명의로 가입한다
는 1천만원은 묶기는거나 마찬가지라니깐"

두 사람의 공방은 끼어들 수 없을만큼 긴장감이 맴돌았다.

기자는 분위기를 바꾸는 뜻에서 김찬경 소장에게 물었다.

"김 소장님, 돈 안 잃고 안전하게 3천만원으로 창업할 수 있는 거
없습니까?"

"있다마다요.

셀프세탁사업입니다"

"그거 빨래방 아녜요?

한 물 간 장산데?"

정 소장이 시시하다는 듯이 말을 던진다.

"초장부터 찬물 끼얹지 말고 내 말 끝까지 들어보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급해서 탈이라니깐.

셀프세탁사업이란 유행 안타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에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바뀌어 독신자들이 참 많아졌어요.

그런 분들을 타깃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셀프 세탁은 이용자가 세탁기에 동전을 넣고 직접 세탁하는 거니까 운영주는
점포 관리에만 신경쓰면 됩니다"

"에이 그래갖고 경쟁력이 생기겠어요?

빨래방이 한 둘도 아니고..."

"걱정마셔요.

경쟁력 확보 방법도 있으니까.

이 사업을 하는데 절대 잊어선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셀프라고 해서 주인장은 뒷짐지고 있어선 안된다는 말이죠.

앉아서 손님만 기다렸다간 파리만 날려요.

셀프 세탁업도 세일즈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죠"

"세탁 세일즈는 뭔가?

세탁물을 팔러 다니는건가?"

정 소장이 계속 토를 단다.

"얼추 알아들으셨네.

직접 발로 뛰는 겁니다.

보통 아파트 단지에 보면 세탁소 주인들이 층층마다 돌면서 "세탁!세탁!"하
고 외치며 세탁물을 수거 합니다.

마찬가지로 셀프 세탁업주도 돌아다니면서 세탁물을 확보해야 한다는 거죠.

또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점포 한켠에 비디오나 만화 대여 코너를 두는
것도 좋습니다.

세탁하러 나온 김에 비디오나 만화도 빌려갈 수 있게 하는 거죠.

일석이조 아닐까요"

"그런데 3천만원 갖고 셀프 세탁업을 차릴 수 있을까요?

세탁기가 외제던데?"

"세탁기가 외제입니다.

그래서 시설비로 3천만원이 들어가는거죠.

임대료까지 합치면 3천만원으로 힘듭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굳이 1층이 아니어도 무방해요.

2,3층도 충분하니까 점포 임대료는 크게 부담없이 마련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수익은 어떤가요?"

"1백% 현금 장사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3.6kg 한바구니에 1만원이고 셀프 세탁기 한번 돌리는데 1천2백원의 비용이
들어가니까 마진율이 높죠"

"창업은 몸은 좀 고달파도 현금 장사라는게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그동안 주식시장이 오락가락해 속이 많이 탔을 최 상무님, 아직은
증시에 다시 뛰어들때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최 상무는 거두절미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선물과 옵션이 있습니다"

"선물 옵션이요?

투자자들한테 선물을 주는 옵션을 택하신 겁니까?"

정광영 소장이 앞서 편들어줬던 최 상무에게 장난을 건다.

"정 소장님 선물이 기프트(gift)가 아니고 선물입니다.

지금부터 기초 설명을 하자면 선물은 주가지수의 등락에 상관없이 이익을
볼 수 있는 투자방법입니다.

지극히 전문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요즘 선물 가격이 오름세에 있습니다.

옵션 시장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높아 상승 무드를 타고 있다고요"

최 상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순민 팀장이 반박했다.

"선물 옵션 투자야말로 최 상무님처럼 증권 귀신들이나 할 수 있는 겁니다.

하루종일 눈 빠지게 모니터 보고 선물동향을 파악해야 되지 않습니까?

일반인들은 감히 엄두도 못낼 투자방법인 것 같네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주가가 급등락할 때는 우회해서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투자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죠"

재테크 4인방의 3천만원 투자방안은 들어보면 어려울게 없어 보이지만 한결
같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자신의 취향, 가정 형편, 경제여건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나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인생의 봄은 시작과 출발의 시기다.

그 때를 잘 잡길 바란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실버세대 회춘을 위한 재테크방법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인다.

< 서명림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