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은 법률행위의 연속이다.

대기업간 빅딜(사업맞교환)은 물론 아무리 사소한 경영 의사결정이라도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산, 화의와 법정관리신청, 쏟아져 들어오는 기업매각 의뢰와 외자유치
등 IMF 위기와 이에따른 숨돌릴 틈 없는 기업구조조정은 법률서비스 수요를
폭발직전 수준으로 늘려놓았다.

"법의 마술사"인 기업변호사들의 주가가 한껏 올라간 것은 당연하다.

주로 로펌(법률회사)을 통해 조직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변호사.
경영활동의 모든 분야에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변호사를 뜻하는 영어의 "애드버킷"(advocate)은 로마법상 "의뢰인을 위해
자신의 존엄과 명성을 재판이라는 저울에 다는 사람"이다.

또 독일어의 "레히츠안발트"(Rechtsanwalt)는 "법의 관리자"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일부 변호사의 비리 연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변호사들은
애드버킷이나 레히츠안발트의 의미처럼 자신의 존엄과 명예를 지켜 가며
일하고 있다.

변호사의 활동영역은 전통적인 "사회 정의의 수호자"에서 "기업 활동의
개런티(Gurantee.보증인)"로 급속히 넓어지고 있다.

변호사 없이는 제대로 기업 경영을 할수 없다는 소리조차 나올 정도다.

웬만한 대기업은 아예 자체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거나 고문 변호사를
임명해 활용하고 있다.

통상문제 등 국가 현안에도 대표자격으로 참여한다.

변호사는 물론 다른 어느 직업보다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그야말로 "파워 프로"다.

국내 대표적인 로펌(법률회사)의 하나인 김&장의 정계성 변호사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금융전문 변호사인 그는 중남미 외환위기 극복사례, 채무 처리 방식,
채권발행 방안 등을 꼼꼼히 연구, 해결책을 정부관리에 조언해 줌으로써
위기극복 실마리를 제공했다.

정 변호사가 없었더라면 한국의 위기극복은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는게
정설이다.

변호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웅변으로 말해주는 사례다.

정 변호사처럼 기업 변호사들은 저마다 전문분야를 갖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가, 자산유동화 전문가, 선박항공금융 전문가, M&A
(매수합병) 전문가, 회사정리파산 전문가, 지적재산권 전문가, 통상전문가
등이 그들이다.

우리귀에 생소한 전문직조차 있다.

이들은 경쟁회사를 M&A(매수합병)하려는 기업 편에 서서 매수전략을 짜주고
대리인으로서 예리한 창을 들이대는가 하면 경영권 방어자 입장에서 방패
역할을 맡기도 한다.

경영위기에 처한 수많은 기업엔 화의 법정관리 등 필요한 법적조치와
절차를 안내해 주는 가이드가 돼준다.

그런가하면 외자유치, 회사매각 등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도 해낸다.

또 프로젝트 기획안만 가지고 국제금융시장에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주고
부동산이나 공장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해 주는 재주꾼이기도
하다.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들엔 투자방식이나 조세 금융문제, 계약서 작성,
현지에서의 절차 등을 일일이 조언해 주며 통상현안이 발생할 때는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협상테이블에 앉곤 한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합작계약이나 주요 프로젝트
추진, 위성관련사업이나 종합유선방송, 전자상거래,인터넷 관련사업이나
정보통신장비사업 등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특허 실용신안 상표 의장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권리의 수호자
로서 맹활약하기도 한다.

이들의 소득은 단연 국내 최고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업종별 기준소득표에 따르면 변호사들의 월평균소득은
4백23만원.

의사(4백14만원), 치과의사(3백75만원), 한의사(3백36만원)를 제치고 국내
1위다.

아무리 IMF 시대라 해도 대형 로펌(법률회사)에 들어가면 초임만 월
5백만원선을 받는다.

변호사직이 가지는 또하나의 매력은 전문지식을 활용해 얼마든지 다른
분야로 진출할수 있다는 점이다.

교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정부요직에도 변호사출신들이 여기저기
포진하고 있다.

이처럼 명분과 실리를 아우를 수 있는 직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시 망국론 조차 대두될 정도로 고시 열풍이 거센 것은 이런 이유 때문
이다.

지난해 사법시험 응시자수는 2만7백55명.

이 가운데 합격자는 7백명으로 3.4%에 불과하다.

지난해말 현재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불과 3천3백60명.

인구 1만명당 한명도 안되는 변호사들은 부인할 수 없는 파워 엘리트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