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재야학자들이 제도권에 대거 입성했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인맥,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제2건국위원회 대표공동위원장)의 제자들인 학현 인맥,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공약개발과 정책자문을 맡았던 중경회 출신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기업중심의 성장과 관주도 경제정책에 반대한다는 점과 역대정권에서
경제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해 보지 못했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초기에는 실무경험부족및 전문관료들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일부는 DJ노믹스의 전위대로서 그런대로 자리를 잡았으나
경제정책의 주도권까지 장악하지는 못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책결정의 핵심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DJ노믹스의 브레인들은 모피아(옛
재무부및 재경원 출신) 인맥의 청산과 과감한 개혁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야교수출신중 경제정책의 핵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김태동
정책기획수석이다.

경실련 학현 중경회 인맥에 모두 포함되는 그는 재야시절 재벌, 관료주도,
부동산투기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주목받았다.

초기에는 이같은 시각을 중화시키기 위해 자신이 반재벌주의자가 아니라
시장경제론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신정권출범직후 경제수석을 맡았으나 실무경험부족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교수 출신이 부실은행정리, 중소기업연쇄부도사태, 기업구조조정 등과 같이
날마다 쏟아지는 현안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정책기획수석과의 업무중복과 관료들의 비협조도 어려움을 더했다.

3개월가량 지나 정책기획수석으로 옮긴뒤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

경제력집중완화, 상호지급보증해소, 소액주주권한강화, 대주주의 책임경영
등 최근 기업개혁의 골격은 그의 머리속에 담겨 있던 것들이다.

요즘엔 정부조직개편, 제2건국운동, 지식산업육성, 고용창출방안 등 경제의
큰 틀을 짜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호남 출신으로 처음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맡은 이진순 원장은 취임
직후 "제 목소리를 내는 KDI"를 주창했다.

경제정책형성과정에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해 한국경제의 마스터플랜과
액션플랜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DJ노믹스의 시장경제원리가 흔들리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초기에는 빅딜(대기업 사업맞교환) 등 기업구조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소신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를 중심으로 빅딜과 관련한 강성기류가 형성된 뒤에는 입을
닫고 KDI 연구위원들에 대해서도 함구령을 내렸다.

이때문에 초기의 의지가 퇴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철환 한국은행총재도 노조및 재경부와의 파워게임 등으로 힘든 시험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경실련 등에 참여하면서 신진들로부터 신망을 받았던 전 총재는 많은
기대를 받으며 취임했다.

정치적인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할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외환은행에 대한 출자를 요구한 재정경제부와의 힘겨루기에서는 판정승을
거뒀다.

민간기관에 직접 출자할수 없도록 한 한국은행법을 지키는 대신 수출입은행
을 통해 우회출자하기로 했던 것.

재경부로부터는 융통성없이 고집을 피운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내부
에서는 원칙을 고수한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재경부의 통화공급확대 요구에 대해서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3.2%에 달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시로 금리인하행진이 시작되자 재경부에 동조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한은이 "정부보다 더 관료화되고 전문성도 떨어졌다"고 자성하며
조직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

학현 인맥을 형성한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는 제2건국추진위원회 대표공동
위원장을 맡은뒤 현정부의 개혁을 국민운동차원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변 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사회경제연구소(옛 학현연구실)
세미나에서 개혁미흡과 경제관료청산 등을 주장하는 소리들이 터져 나와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중경회회장 출신인 이선 산업연구원장도 제2건국위원회에 주력하고 있다.

주로 경제분야의 장기비전과 큰 그림을 그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윤원배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들 그룹중에서 경제개혁의 최전선에서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초기에는 업무영역및 개혁방안 등을 놓고 재경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아직 업무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유종근 전라북도지사는 이들 그룹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견해도 틀리지만
대통령의 고문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83년 미국 뉴저지주지사 고문시절 망명중이던 김대중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미국식 시장경제론의 입장에서 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지사로서 외자유치 등의 업무를 열심히 챙기고 있다.

최근 새만금간척사업 재검토발언이 언론에 보도돼 물의를 빚었다.

경제통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는 인물로는 한상진 정신문화
연구원장이 있다.

그는 노사정위원회 등 노사협조를 통한 개혁과 시장경제 만능주의 경계론을
펴고 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