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어도 너무
바뀐다. 빛의 속도(광속)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이 가져오고 있는 변화의 양상이다.

세상은 온통 인터넷 혁명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우선 기업의 업무처리,상거래 관행 등의 광속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 행정도 예외는 아니다.

개인의 일상생활도 송두리째 바뀐다.

편지를 들고 우체통을 찾는 것은 원시적인 모습이다.

컴퓨터를 켜면 빛의 속도로 세계 어느 곳에나 전자우편을 보낼 수 있다.

백화점을 갈 필요가 없다.

인터넷 쇼핑몰에는 없는 물건이 없다.

어디서나 "마우스 클릭"하면 만사 OK다.

좋은 물건을,그것도 값싸게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컴퓨터로 은행일을 본다.

손바닥만한 무선데이터통신 단말기로 걸어다니면서 주식도 사고 판다.

서강대는 교양과목 일부를 사이버강의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딴다.

가장 강력하고 거대하며 빠른 변혁의 물결이 이렇게 몰려오고 있다.

디지털 광속경제-.

인터넷과 정보의 결합으로 탄생하는 새로운 경제가 이미 여러가지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인터넷 비즈니스가 창출되면서 새로운 산업구조를 형성한다.

낮과 밤의 구분없이 세계시장을 하나로 묶는다.

정보가 유일한 가치창출의 원천이 되고 기업의 생산 판매구조를 혁신하면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부품의 글로벌소싱을 선언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더 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부품공장은 조립공장 근처에 있는 것이 좋다"는 게 과거의 법칙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전세계 모든 부품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정보를 눈깜짝할
만한 사이에 찾아주는 새로운 환경에서 이미 그 원칙은 통하지 않는다.

디지털 광속경제가 가져오는 경영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인 것이다.

생산과 판매방식에서도 혁신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대량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은 대리점을 통해 고객을 찾아갔다.

그러나 디지털 광속경제는 대리점같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고객은 원하는 것을 생산자에게 직접 주문한다.

생산자는 이를 바로 배달해 준다.

미국의 델컴퓨터는 고객이 회사 홈페이지로 들어와 원하는 PC 규격과 값을
써 넣으면 그대로 만들어 집으로 배달한다.

재고는 단 한대도 없다.

델컴퓨터는 이같은 판매방식으로 PC 가격을 30%나 낮추었다.

이 회사가 지난해 매출과 순익을 50% 이상씩 늘리면서 미국 3대 PC업체로
올라 설수 있었던 것은 바로 디지털 광속경제 덕이었다.

디지털 광속경제의 무대인 "인터넷 사이버월드"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가상의 사이버 공간이 기존 산업을 몰아내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아마존은 매장도 창고도 진열대도 없다.

재고도 없다.

그저 사이버 공간에 서점만 열었다.

그리고도 한해 4억달러어치 이상의 책을 팔았다.

3백만종류의 책을 40%나 싸게 팔면서 전세계 고객을 끌어들인다.

고객이 어디에 있건 직접 배달해 준다.

이 회사의 주가는 1백달러를 웃돌고 싯가총액은 2백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전역에 1천여개의 매장을 가진 최대의 서점체인 반스 앤드 노블은
주가 25달러, 싯가총액 37억달러 수준이다.

디지털 광속경제는 기업구조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제 은행은 목좋은 곳에 점포를 내 거액의 임대료를 물 필요가 없다.

증권사도 객장을 거창하게 꾸밀 이유가 없다.

컴퓨터 한대만 달랑 들여 놓으면 된다.

컴퓨터는 전 세계를 상대로 영업을 한다.

미국의 사이버 은행인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는 영업을 위한 점포도,
돈을 보관하기 위한 금고도 없다.

직원은 고작 50명이다.

그런데도 미국 전역에 1만3천여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예금고는 연간 4천8백만달러.

영업을 시작한지 3년만의 일이다.

디지털 광속경제는 그것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다.

상품의 모든 정보와 광고는 인터넷을 타고 빛의 속도로 세계 곳곳에 전파
된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다.

먼저 시작하면 그것은 바로 세계표준이 된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선두주자인 야후나 아메리카 온라인(AOL)은 5년전
누구도 모르는 무명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에서만 5천만명이상이 이들을 알고 있다.

네트스케이프 아마존 프라이스라인 익사이트 등 7대 인터넷 기업 이름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스탠더드 자리에 올라 있다.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인터넷 사이버월드가 기업활동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간단하다.

고객과 직접 접촉할수 있었던 데서 비롯된다.

인터넷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고객과 1대 1로 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경제에서는 중간자가 불필요해진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직접 만나 물건을 사고 판다.

당연히 유통과 판매 마케팅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없앨수 있다.

디지털경제는 핵심역량에만 집중하는 새로운 기업도 만들어낸다.

프라이스라인은 항공기를 한대도 보유하지 않고도 가장 인기있는 항공권
판매회사가 됐다.

고객이 원하는 값으로 전세계 항공사의 항공권을 인터넷으로 찾아내 배달해
준다.

하퍼그룹 역시 한척의 배도 갖고 있지 않지만 세계적인 선박운송망을 구축
했다.

세계최고 경제신문의 하나인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예 윤전기를 갖고 있지
않다.

컴퓨터(Computer) 통신(Communication) 콘텐츠(Contents) 등 3C에 역량을
집중시켰을 뿐 필요한 것은 아웃소싱에 의존한다.

"그래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가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라고 하는 편이 더 옳다.

디지털 광속경제.

그 변화에 태풍 한 가운데 이미 우리는 서 있다.

우리가 갈 길은 "기회의 땅"이다.

[ 특별취재팀 = 추창근(정보통신부장/팀장)
손희식 정종태 양준영(정보통신부) 한우덕(국제부)
조성근(증권부) 유병연 김인식(경제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