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해야 한다.

무한한 놀이 잠재력이 있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시대에 뒤지지 말아야 한다.

안전성과 품질이 우수해야 한다"

세계적 장난감 제조회사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레고(Lego)"의 창업
정신이 담긴 계명이다.

창업주 올레 커크 크리스천센은 덴마크의 시골마을 빌룬트의 목수였다.

그는 1932년 나무를 깎아 만든 장난감을 팔던 자신의 가게를 "레고"라는
이름이 회사로 등록했다.

덴마크어로 "잘 노는(Leg Godt)" 이란 말을 줄여 붙인 이름이다.

레고사가 "레고 브릭"이라는 짜맞추는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55년
그의 아들 고트프레트의 창안에 따라서였다.

고트프레트는 소재도 셀룰로즈에서 아크릴로 바꾸어 색상과 안전성에
혁신을 이뤘다.

창의력을 회사의 사시로 삼고 있는 회사답게 연구원과 디자이너의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생산목표량도 없다.

고트프레트가 아이들을 불러다 함께 만들었다는 레고작품 "타운"은 현재
빌룬트시의 모델이 됐다.

아이들이 빨아도 독성이 없고 던지거나 깔고 앉아도 다치는 일이 없는데다
재료는 물론 포장박스 팸플릿까지 무독성 환경제품만을 고집해 온 "레고"는
오랫동안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해왔다.

3년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2백여종의 신제품이 나왔고 1억개가 넘는 레고세트
가 생산됐으며 전세계 어린이들이 1년동안 약 5억시간을 "레고"와 함께
놀았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97년까지 흑자를 냈던 레고사가 지난해 68년만에 적자를 내 사원
1천명을 감원한다는 소식이다.

각국에서 유사품이 나와 시달릴때도 당당하게 "제품은 모방할 수 있지만
레고의 창의력은 흉내낼 수 없다"고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던 레고사도
전자오락과의 경쟁에서는 질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시대에 뒤졌기 때문일까.

혼자 초고속 사이버 사페이스의 세계로 빠져들어 액션과 속전속결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컴퓨터 터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부모와 어린이가 머리를 맞대로 노는 동안 상상력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레고"같은 고전적 장난감은 언젠가 결국 컴퓨터에 밀려나고 말게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을 좀 떨쳐버리기 어렵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