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 전경련 부회장 >

지난 98년은 참으로 어려웠던 한해였다.

다행히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전력을 다하고 국민들이 고통분담에 동참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목표에는 못미치지만 4백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그 결과 금융.외환시장이 본래적인 시장기능을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IMF체제를 거치면서 기업 경영환경은 급변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s capitalism)가 주주(shareholder"s)
자본주의로 바뀌었다.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에 매달리고 기업구성원과 계열사의 이해를 중시하던
태도는 <>주주 이익 <>수익성 <>현금흐름 <>소수주주이익을 중시하는 양태로
바뀌었다.

기업인 및 경영자에 대한 평가기준도 혈연 지연 학연위주에서 탈피해 능력
및 성과주의로 변했다.

이 와중에 시장여건도 크게 변했다.

진입규제가 완화되고 대내외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진정한 무한경쟁시대가
닥쳐 왔다.

여기다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이 진전되면서 차입경영은 사실상
봉쇄됐다.

지난 1년간 우리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왔다.

지난해 1월13일 "5대 합의사항"및 12월7일 "정.재.채권금융기관 합의" 등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의 기본틀을 마련했다.

5대그룹은 지난해 12월 이를 기초로 한 구조조정계획을 작성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앞으로 주력업종 선정 및 핵심역량 위주의 사업구조재편 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다.

5대그룹은 이와 별도로 지난해 9월3일 반도체 등 7개 업종 사업구조조정
협상을 체결했고 각 업종별 통합작업을 진행 중이다.

6~64대 기업의 경우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정책을 통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데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산매각이나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채권금융기관과의 출자전환 및 부채구조조정 협상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기업들은 지난해 체득한 변화 및 과제들을 스스로 실천에 옮기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선 투명성 제고 없이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을 구축해야 한다.

또 구조조정 이후의 경쟁력 확보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정부는 조급하게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시장을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성이 필요하다.

또 기업의 구조조정 걸림돌을 제거하는 노력도 기울여줘야 한다.

동시에 기업활력 회복을 위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과제다.

환율안정화를 통한 기업의 수출여건을 조성해주는 일이 시급하다.

기업의 실질부담금리 경감대책을 강구해 주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정부가
이를 적극 뒷받침해 준다면 우리는 21세기에 선진경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 정리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