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무 <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ymshin98@chollian.dacom.co.kr >

연초에 택시를 탔다.

목적지까지 교통정체가 심해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택시기사의 멋진 운전 덕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곳곳의 우회도로를 손금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그가 막히지 않는 길을 택해
신속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속하거나 교통신호를 무시하지도 않았다.

난폭운전을 한 것도 아니었다.

휴일 근무에다 교통정체로 짜증이 날만 한데도 내가 택시에서 내릴때까지
그는 웃는 낯을 잃지 않았다.

그날 나는 그의 운전실력과 서비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문가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하면서.

그 택시기사는 전문가란 고도의 교육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나 가능하다는
통념을 깨뜨린 셈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를 생각하고 자신의 일에
대한 긍지를 잃지 않는다면 누구나 맡은 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초의 내 경험처럼 사회 각분야에서 달인의 경지에 이른 전문가를 만나는
일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분야에서 고객의 감탄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들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소금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내가 만난 택시기사의 뛰어난 실력자체가 그에게 많은 수입을 보장해줄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는 실력보다 합승 등의 편법이 더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서 하는 말이다.

우리사회도 전문성 여하에 따라 보상이 확연히 달라지는 체제로 변해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가 고객으로부터 감탄을 받는 전문가가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면 진정한 경쟁력도 길러질 뿐더러 껍데기뿐인 편법과 부정도 사라지리라
믿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