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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해도 오늘로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역사는 1998년 이땅에서 일어났던 일을 어떻게 기록할까.

작년 이맘때 터진 IMF사태는 엄청난 강도의 지진처럼 이 땅을 흔들어
놓았다.

최초의 강력한 폭발에 이어 2차, 3차의 여진은 금융시스템의 붕괴, 기업의
퇴출과 구조조정, 2백만명의 실업자발생으로 대규모의 이재민을 내면서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하였던 재앙을 몰고 왔다.

지난 30년간 애써 쌓아왔던 성장의 바벨탑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
을 바라보면서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되어버린 자신의 참담한 몰골 앞에
우리는 할말을 잊어왔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분노하고 절규해 보았지 대답해 줄 사람이 없다.

그것은 한두 사람의 위정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가계가 방만하기는 매일반이었고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도
사치와 허영에 분수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민소득 3천달러시대에 이미 3만달러 국민의 흉내를 내었고 1만달러 소득과
OECD가입으로 정신적으로는 초일류 선진국이 되어버린 그 끝간데를 모르던
교만이 이 재앙을 불러온 것이다.

1998년이 역사속으로 함몰되지 않고 살아 있으려면, 우리가 피땀흘려 노력한
그 고투가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일찍이 괴테가 갈파하였듯이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자 그는 고된
역사의 전철을 되밟을 수밖에 없다.

나라가 빚더미로 넘어가려는 때에 금붙이를 들고 나오던 그 국민의 행렬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1998년은 이렇게 통렬한 자기성찰의 해로 기록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가오는 해는 시인 윤동주가 조국해방을 기원하며 맞이하듯 그런
심경으로 맞고 싶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