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 신한경영연구소 고문. 방송인
www.hanwoo.com >

얼마전 한 독일 일간지에서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98년 현재 독일의 집 없는 사람 숫자가 54만명에 이르고 그중 10만명 이상은
노숙자라는 내용이었다.

이들중 대부분은 장기적인 실업으로 살던 집의 월세를 더 이상 내지 못하고
퇴거를 당한 사람들이다.

각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호시설이 부족해 집을 잃게 된 사람들 중
약 20%는 거리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잠자리는 공원의 벤치나 기차역 대기실 의자 같은 곳이다.

다리 밑에 종이박스로 거처를 마련한 사람도 있다.

더구나 독일의 집 없는 사람들 가운데는 약 30%만이 독신자다.

나머지는 가족단위의 홈 리스이며 어린이와 청소년도 17만명이나 된다.

그런 숫자들의 뒤에는 말 할 수 없는 고통이 동반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작년 겨울엔 베를린에서만 40명의 노숙자가 얼어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실 독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회복지제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그렇게 집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복지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높은 장기 실업률 앞에선 소용이 없다는 걸
실감했다.

한국은 올해 들어 비로소 대량 실업과 함께 노숙자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다.

문제가 발행한지 1년도 안됐지만 벌써 수천명의 노숙자가 생겼다.

대량실업이 장기화되면 유럽의 국가들에 비해 사회복지제도가 아직 발달하지
못한 한국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집없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업대책을 아무리 잘 세워도 실업률을 빨리 줄이지 못하면 조만간 집 없는
사람은 독일의 경우처럼 수십만명에 이를 것이다.

이런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어떻게 하든 장기적인 대량실업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새로운 고용창출에 각계의 힘을 모아야 한다.

유럽국가들의 대부분은 이 문제에서 지금까지 실패했지만 한국은 새로운
고용창출의 모델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의 역사가 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