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를 1년 넘겼다.

모두가 거품제거에 나섰다.

금모으기 운동을 해서 한국민은 위기에 강한 민족이라고 세계 여러나라
로부터 칭찬까지 받았다.

한강변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는 강변도로의 자동차 소음으로 문을
열지 못하다가 IMF사태가 터지자 줄어든 차량덕에 창문을 열 수 있었다.

요즈음은 어떤가.

나홀로 타고 가는 차량들이 다시 늘어나 어떤 땐 정체현상까지 빚는다.

그 광경을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서 우린 벌써 작년의 일들을
잊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 해본다.

모두가 할 일이 있어 자동차의 행렬이 있을 거라고 자위도 해본다.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봉급자들은 깎인 봉급에 한숨
쉬고 빅딜회오리에 남자들이 다시 고개숙이게 되었다.

그리고 실업자들은 노숙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졸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단순노무직으로도 일하고 있다.

참으로 심각한 사회현상이다.

오죽하면 다시 1원 짜리의 경제학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나올까.

1원 짜리가 환영을 받은 때가 있었다.

62년도였다.

화폐개혁이 어느 날 새벽 감쪽같이 이루어졌다.

모든 지폐는 쓸 수 없으니 오늘 하루 동전만 허용된다는 라디오 뉴스를 듣고
국민들은 얼마나 당황했던가.

천원이 백원으로 평가절하되었다.

그날 아침 버스로 출근하려던 샐러리맨들은 난데없는 동전을 구하느라
자식들의 돼지저금통들을 헐어 10원, 5원, 1원짜리 동전들을 한움큼씩 들고
나왔다.

1원짜리가 그렇게 효용이 큰 줄은 몰랐었다고 회사에 출근한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었다.

금쪽이란 말을 쓰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가 거품을 걷어내지 못했다면 그때 금쪽같았던 1원 짜리를
기억해내서 1원짜리의 경제학부터 배워두면 어떨까.

다같이 못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떻게든 단돈 1원이라도 아껴 보려했던, 순수하고 아름답게 가난을
벗어나고자 했던 정신을 배우자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를 살려서 희망의 내일로 가자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