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체는 대부분 다국적 제약업체의 신약을 라이선싱하거나 다른
제약회사의 인기제품을 모방하는데 주력해왔다.

기술축적을 통한 신약개발능력 강화로 선진 제약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보다는 그들의 대리점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쳐왔다는 얘기다.

모방경쟁 풍토는 또 제살뜯어먹기식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제약업체들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제약업계가 IMF체제를 맞아 특히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종근당이 바로 몇안되는 예외에 속한다.

이 회사는 차별화된 연구개발 전략을 세워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해왔다.

종근당의 강점은 세계 최고수준의 발효시설및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

원료의 발효에서부터 합성, 정제, 완제품 생산 등에 필요한 일련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지난 67년 국내 최초로 항생제 원료합성공장을 건설한 종근당은 기초투자가
충실하다.

9백억원이 소요된 천안공장이 내년초 완공되면 국내 최대규모의 항생제.
미생물발효 의약품 공장을 갖게 된다.

플랜트와 그동안 쌓아온 합성 노하우의 가치는 1조원이상이라고 해외기술자
들은 평가한다.

종근당의 기술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에서 단적으로 입증된다.

현재 FDA에 등록된 국내 의약품은 모두 15개 품목.

이중 12개가 종근당 제품이다.

FDA인증을 가장 먼저 획득한 회사도 역시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지난 67년 합성공장에서 만든 항생제 클로람페니콜이 국내 제약사
와 병원들로부터 외면당하자 다음해 FDA인증획득을 추진했다.

다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는 FDA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종근당은 결국 인증을 받았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셈이다.

종근당은 그해 인증획득후 곧바로 일본 산쿄(삼공)제약에 63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국내 제약수출 1호다.

종근당의 간판상품중 하나는 항생제 미노신의 원료인 "DMCT".

미국 일본 등지에 해마다 2천만달러 가량씩 수출, 세계시장의 60%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세파계 항생제 원료인 "7-ACA"도 세계수요의 15%를 종근당이 공급하고있다.

항결핵제 리팜피신은 세계수요량의 40%를 커버하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 3월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업체와 합작설립한 인도공장에서
생산된다.

종근당은 이들 제품의 호조로 올해 수출목표 7천만달러를 거뜬히 초과달성할
것으로 보고있다.

종근당의 수출담당직원은 환율이 달러당 8백50만원만 돼도 외국제품과
경쟁할만 한데 지금처럼 1천3백원대에 머문다면 수익률이 가일층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종근당은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세계적 의약품의 자체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장기이식환자에 필수적인 면역억제제 사이폴-엔, 프로톤펌프저해
소화기궤양치료제 오엠피, 혈관속의 중성지방및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고지혈증치료제 로바로드 등을 국산화했다.

특히 오엠피의 경우 최초개발자인 스웨덴의 아스트라가 시장진입을 방해할
목적으로 특허분쟁까지 걸어왔지만 기술로 뿌리쳤다.

종근당의 기술력은 물론 끊임없는 연구개발투자에서 나온다.

종근당은 매출액의 4~5%를 연구비로 쓰고 전체 인력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대학을 갓 나온 신규인력을 연구소에 바로 배치하고 부족한 것은 대학원
연구소에 파견해 배우게 하고 있다.

필요하면 해외연구소에 보내 관련기술을 습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건실한 기초연구기반과 미래지향적 연구개발자세,국제기준에 맞는 생산기술
확보및 엄정한 품질관리, 유망치료제의 국산화를 통한 틈새시장 선점 등이
불황을 이기는 종근당의 무기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