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기아 인수, 대우와 삼성의 빅딜 합의에 따른 대우자동차의
삼성자동차 인수 등 한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 수입자동차 관세 조정 문제는 외국과의 주된 통상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의 경제위기와 개혁 프로그램"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외국인 좌담회 시리즈의 열세번째로 외국 자동차업체 한국법인 대표들을
초청, 얘기를 들었다.

이들은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자동차업계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에서
부터 자유로운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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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

[ 좌담 참석자 : 앨런 지 페리튼 < 제너럴모터스코리아 사장 >
웨인 첨리 < 크라이슬러 한국판매 사장 >
짐 테사다 < 포드자동차코리아 사장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사회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지금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에 있다.

현대자동차의 기아 인수, 대우자동차의 쌍용인수및 삼성자동차 흡수를 통한
2사 체제구축을 어떻게 보는가.

<> 앨런 지 페리튼 제너럴모터스코리아 사장 =그동안 너무 많은 자동차
메이커가 난립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기아 인수는 현대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합리화 작업을 거친다면 10~15년 뒤 현대는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선두급
기업으로 올라 설수 있을 것이다.

<> 웨인 첨리 크라이슬러 한국판매사장 =자동차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크라이슬러와 다임러가 합병한 것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구조조정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 짐 테사다 포드자동차코리아사장 =한국 자동차산업 구조의 재조정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2톱 체제가 4톱 체제보다는 훨씬 나을 수 있다.

현대 대우 기아 삼성자동차가 각각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융화시킨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일대 전환점을 만들수 있다.

<> 사회 =업계의 구조개편이 외국자동차 업체의 한국시장 점유율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가.

<> 첨리 사장 =거의 영향이 없다고 본다.

나의 한 한국인 친구는 외제차를 사고 싶지만 세금 조사나 남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주저한다고 했다.

한국민의 사고방식에 변화가 없으면 시장 상황은 그대로일 것이다.

<> 사회 =포드측에서 기아를 인수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포드가 기아 인수를 포기한 이유는.

<> 테사다 사장 =물론 포드는 기아를 인수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길게 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업체를 인수한 외국기업이 한국시장에서
한국업체로 받아들여지는지 아닌지이다.

또 포드는 기아 인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체 기준에 따라 기아의 가치를 평가해 입찰에 참여했으나 그것이
어긋났을 뿐이다.

앞으로 현대가 잘 해나가길 바란다.

<> 사회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았을때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는가.

<> 페리튼 사장 =B학점 수준으로 본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의 품질은 아직 세계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지난 5년간
상당히 향상됐다.

<> 첨리 사장 =지난 10여년간 경쟁력을 크게 높였으며 특히 최근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다.

<> 테사다 사장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본다.

JD파워 평가로는 일본과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평가에서는 고객의 만족도를 매우 중시한다.

현대나 기아는 이 대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려면 서비스를 더 강화해야 한다.

<> 사회 =시장조사업체들이 한국 자동차업체에 대해 낮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은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인가 아니면 마케팅이 미숙해서 인가.

<> 테사다 사장 =미국의 경우 자동차 딜러들은 대개 미국산 일본산 그리고
다른 나라의 제품 순으로 판매한다.

일본이 미국 자동차시장에 처음 입성한 것은 지난 50년대 후반이다.

그때만 해도 일본이나 독일산 자동차는 품질이 떨어지거나 저가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꾸준히 값싸고 연료효율이 높은 제품을 개발해 왔고 특히
70년대 오일쇼크때 히트상품으로 부각됐다.

더욱이 일본 차는 품질에서도 확고히 위치를 굳히게 됐다.

한국 자동차업계도 세계 수준에 오르려면 디자인과 품질 혁신에 힘을
쏟아야 한다.

<> 첨리 사장 =일본업체들은 미국에 진출할 때 고객의 요구을 면밀히 연구
하고 그 결과를 제품에 반영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점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페리튼 사장 =세계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려면 미국시장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레저용 차량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한국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캠핑용이나 여행용 차량 등 틈새시장
을 정확히 분석, 여기 맞는 제품을 내놔야 할 것이다.

한국업체가 유럽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은 돋보인다.

<> 사회 =그것은 유럽시장이 미국보다 덜 까다로워 한국업체가 사업하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보는가.

<> 테사다 사장 =유럽에서 한국 자동차가 성공한 것은 정확히 말하면 비어
있는 시장을 공략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이 공략한 중저가 시장에서는 경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미국시장에서 한국업체는 새로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우자동차는 미국에서 대학생들이 사기에 적합한 품질과 가격대
에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잡을때면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차를
사고 싶어한다.

거기 맞는 제품공급 전략이 요구된다.

<> 첨리 사장 =한국업체들은 대개 저가품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이런 제품이 성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고객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당연히 더 비싼 차를 원하게 된다.

이에 대비해 다양한 가격대와 용도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 사회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진출한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 현대나
대우 등 한국 자동차업체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업체가 해외시장에서 도약하려면 어떤 점을 강화해야 하는가.

<> 첨리 사장 =한국 차는 여전히 품질 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품질이 낮은 중저가품 정도로 인식될 정도이다.

품질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 페리튼 사장 =한국산 최고급 자동차를 몰아봤는데 매우 안락했다.

그러나 견고함과 내구성은 어떤지 모르겠다.

특히 고급차에서는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 테사다 사장 =한국 자동차업체는 자국내 시장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친뒤
해외로 나갔어야 한다고 본다.

자국시장에서의 실험이 정확한 것이 되려면 시장을 열어야 한다.

한국 자동차시장은 이제 진정한 "오픈 마켓"이 돼야 한다.

지금 한국시장에서 외국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미친다.

그런 폐쇄적인 시장 환경은 부메랑처럼 한국업체 스스로에게도 해악으로
돌아온다.

진정한 경쟁체제가 마련돼야 품질향상도 이뤄진다.

미국 자동차시장은 완전한 오픈마켓이다.

97년 기준 수입자동차의 비중은 29~33%에 이른다.

이들과의 경쟁속에서 미국 업체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민감해져, 연료
효율이 높거나 디자인이 뛰어난 차를 부지런히 개발하게 됐다.

<> 사회 =한국인들의 외국차 구매가 왜 그렇게 저조하다고 보는가.

<> 페리튼 사장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본다.

일부 한국인들은 수입품을 쓰는 것은 사치스럽고 떳떳치 못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 첨리 사장 =법규에 따라 시장이 개방된다 해도 한국인들의 그런 인식이
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 테사다 사장 =96~97년 GM 포드 크라이슬러등이 한국에 진출했을 때
모두들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한국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3년간 보증 등 여러가지 유리한 조건도 제시했다.

그러나 값싼 제품도 외제차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 사회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해봤나.

외국자동차 회사들은 광고를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던데.

한국인 또는 정부에 바라고 싶은 것은.

<> 테사다 사장 =여러가지 노력을 했다.

특히 외환위기 발생직후 언론 매체와의 간담회 자리를 만들어 수입자동차를
위기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광고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외국 자동차업체는 매출에 따라 광고료를 정하므로 광고비용이
많지 않다.

한국의 매체 광고는 전세계적으로 비싼 편에 속한다.

TV의 경우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 첨리 사장 =한국은 많은 상품을 수출하는 우수한 나라이지만 국제시장
에서 경쟁하려면 외국제품도 들여와야 한다.

더이상 어느 나라도 문을 걸어잠그고 살 수는 없다.

이 점을 한국인들이 알아야 하고 정부는 일반 소비자에게 그것을 잘 설명해
줘야 한다.

<> 사회 =얘기를 돌려보자.

IMF 관리체제로 들어갈때 사전에 어떤 징후를 느꼈는가.

<> 테사다 사장 =기아에 부품을 공급해 오던 우리의 한 파트너업체가 97년
봄부터 제때 대금지불을 못하기 시작하면서 어떤 위기를 감지했다.

또 다른 여러가지 일들도 있었다.

그뒤 기아자동차가 파산했고 포드가 갖고 있던 기아 지분도 줄었다.

<> 페리튼 사장 =위기 발생 이후 한국은 변화의 방향을 잘 잡아가고 있다.

한국 정부의 시장개방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한국 경제가 잠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결국 회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 사회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미국의 이미지는 대국이면서도 오렌지
주스같은 별것 아닌 품목의 시장을 열려고 애쓰는 의외의 모습으로 부각됐다.

거기서 외국제품 배격움직임도 생겼다.

많은 한국 오피니언 리더들도 "미국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페리톤 사장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을 비난하기에 앞서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업체의 점유율이 1%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

<> 사회 =현재 자동차 수입 관세를 EU국가 수준으로 낮추는 문제가 논의
되고 있다.

한국이 EU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이 타당하냐 하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 페리튼 사장 =한국은 이미 저개발(underdevelopped)국이 아니다.

OECD 회원국 아닌가.

지난 30년간은 "한국은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는 말이 국제시장에서
받아들여졌으나 이제 더이상은 어렵다고 본다.

<> 첨리 사장 =한국에서는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8%에 달한다.

이 외에도 3종류의 세금이 더 부과돼있어 구입때 사치품에 준하는 세금을
물게 돼있다.

<> 테사다 사장 =한국 자동차시장을 개방하면 일방적으로 미국에만 유리한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길게 보면 한국소비자에게도 득이
된다고 본다.

< 정리= 조정애 기자 jcho@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