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름다운 시절"은 1950년대초 한 시골마을의 얘기를 담고 있다.

궁핍하던 시절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여인들은 마을 외곽 방아간에서
근처에 주둔한 미군에게 몸을 내준다.

그런가 하면 주인공의 아버지는 딸과 미군의 관계를 묵인하는 댓가로
부대에서 물건을 빼돌려 돈을 모은다.

세계 어디서나 불황기엔 소형음식점과 윤락여성이 증가한다는 말이 있지만
최근 국내상황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일본인관광객을 상대로 한 매춘조직이 서울에만 수십개에 달한다는 소식은
참담하다.

더욱이 매춘관광 알선에 앞장선 게 여행사직원과 호텔렌터카 기사들이고,
윤락여성중에 대학생 회사원 연예인도 있다는 보도는 귀를 의심하게 한다.

IMF 이후 가정붕괴가 늘고 여성들의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거리여성이 늘어
난다는 설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하루종일 서서 일하고 1만5천원 버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어렵고,
메아리 없는 이력서 쓰기에도 지친 마당에 잠깐동안 5만~50만엔은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생계유지때문이 아니라 소비와 향락의 충동을 못이겨
빠진 여성도 있다는 얘기는 어이없다.

매매춘이 줄어들지 않는 첫째 이유는 수요 때문이지만 둘째는 당국의 단속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주룽지총리가 "매춘 밀수 부정부패"를 "3대 악풍"으로 규정,
철저하게 단속하자 홍콩 북쪽의 최대 홍등가였던 선전(심천)이 썰렁해지고
있다는 외신은 매춘 역시 근절될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수요가 있더라도 알선하지 않으면 줄어들 것이다.

일본인에게 소개해준 여성이 자신 또는 친구의 아내나 며느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과연 가능할까 싶다.

관광객이 늘었다고 좋아하는 이면에 일어난 이같은 일을 엔벌이라며 은근히
묵인하지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늘어나는 관광객에게 면세점의 해외유명브랜드 제품과 밤거리 여성밖에
내놓을 것이 없도록 만든 관광진흥책은 재고돼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