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박사가 조사전문가"

KRC의 김동균 마케팅 연구부장(36)이 5년전 조사업계에 뛰어들었을때
주위에서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비싼 달러돈 들여 미국(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따고 와서는
설문조사나 하겠다니...

그저 설문조사가 조사전문가의 전부라고 아는 일반인으로서는 "이사람,
괴짜구나" 할만 했다.

집안어른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바로 1년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형은 모대학 교수로 간터라
김부장을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눈길은 더욱 냉랭했다.

당시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교수자리를 못찾을 것도 없었다.

그의 전공(소비자행동이론)은 상당히 희소성이 있는 분야여서 학계의
수요도 꽤 있었다.

그러나 김 부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유학을 떠날때부터 "현장적용"이 목적이었다.

"선진국에서 제대로 배워가지고 경영에 적용해 보자"

이것이 그가 10여년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이유였다.

이렇게 해서 국내 조사업계 최초의 경제학박사 리서처가 탄생했다.

그는 조사전문가답게 일찌감치 인생을 설계했다.

그가 경영에 대한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고등학교시절.

대구에서 섬유사업을 하시는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학(고려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것은 유학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그가 경제학중에서도 "소비자 행동이론"을 선택한 이유도 경제학중에서
현장과 가장 가까운 분야이기 때문이었다.

"좀 다르네요..."

그의 조사보고서를 보는 고객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우선 그의 보고서에는 통계가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조사내용도 대개 수량화, 이론화돼 있다.

"경제학은 모든 것을 숫자로 푸는 통계기법이라고 할수 있죠.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통계화가 습관이 돼 버렸습니다"

물론 그가 단지 박사몫을 하느라고 통계기법을 많이 쓰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조사를 하는 목적은 과학적인 마케팅을 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러자면 정확한 데이터는 기본입니다. 조사연구가 실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자면 그 데이터를 정확히 해석해서 이론화해
주는 일까지 이뤄져야 합니다"

바로 이런 생각이 그의 조사연구서를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하루에 최소한 논문 1편이상을 읽는다.

아무리 일이 많아도 꼭 지키는 철칙이다.

그가 필독하는 저널은 저널오브컨슈머리서치, 저널오브마케팅 등 미국에서
발간되는 마케팅및 리서치 관련 저널 4가지.

일상에 지쳐도 전문서적 읽는일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그가 평균 취침에 드는 시간은 새벽 1시~1시반이다.

굳이 교수가 될 것도 아닌데,이렇게 고생스레 학구적인 자세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조사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사방법도 효율화,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리서치하는 일. 이것도 리서처
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시간을 조사의 질을
높이는데 쓸수 있죠"

실제로 그는 신제품 개발 모델(New Sys), 시안효과 테스트 모델인 APT
(Advertising Pre-testing Model) 등 여러개의 리서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그가 정의하는 진정한 마케팅 리서치는 "마케팅 전술을 만들어 주는 일"
이다.

단순한 리서치가 아니라 기업의 비젼에서 하부구조까지 꿰뚫어 맥을 짚어
주는게 진짜 마케팅 조사의 역할이라고 그는 생각하다.

그의 꿈은 이런 이상적인 조사기관을 경영해 보는 일이다.

조사와 컨설팅이 결합된 마케팅리서치의 새모델을 세우는 것.

김 부장이 교수직을 마다하고, 까다로운 고객기업들의 입맛을 맞춰 가며
고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