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 산업자원부 장관 >

11월 들어 중국 방문에 이어 대중동 경제협력사절단을 이끌고 중동을
다녀왔다.

귀국길에 일본을 방문, 한.일 산업장관 회담에 참석했다.

이번 외유에서 아시아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 나라가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다시 올라가고 있음을 느꼈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1년밖에 안됐는데 상황이 우려했던 것보다 빠르게 개선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외환위기가 금융과 실물부문으로 전이되면서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고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크게 줄었다.

국민의 고통이 심화된 점은 안타까운 일이나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된
것만은 분명하다.

이처럼 경제가 다소 안정을 되찾게 된 것은 새정부가 그동안 금융 기업
정부 노사 등 4대 부문에 걸쳐 개혁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점에 기인한다.

아울러 아시아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한국의 수출이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
으로 호조를 보이는 것과 10월말 현재 3백19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무역흑자 덕분이다.

이같은 무역흑자 확대는 외채상환을 위한 외환보유고 확충에 기여하고
대외신인도를 제고하며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와의 협상에서 한국의
교섭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어려운 여건에서나마 국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
을 가지게 한다.

이토록 중요한 수출이 지난5월이후 부진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시장이 침체되는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아서였다.

아시아 각국이 내수진작보다는 수출확대 전략을 취하다보니 수출단가가
급락했다.

다행히 10월부터 아시아 경제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선진국들이 세계경제 위기에 공동 대응하려는 노력을 보이면서 수출여건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엔화가 급속히 절상되면서 일본상품과 경쟁하는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되고 세계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승패는 엔고로 인한 가격경쟁력 회복 등 좋아진 여건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와 마케팅 품질 디자인 기술 등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달려있다.

정부는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를 열어 수출입금융 경색을 해소해주는 대책
을 추진해왔다.

53억달러의 수출입금융지원 자금을 마련했다.

신용장을 받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선 전액 신용보증을 해주도록 했다.

무역어음제도 활성화 조치도 취한 바 있다.

이런 대내외 여건에 발맞춰 정부와 기업 수출관련기관들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 기업과 수출지원기관 및 정부는 총력 수출에 나서야 한다.

올 수출은 적어도 감소세를 증가세로 반전시켜야 하고 무역흑자는 4백억달러
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둘째 더이상의 수출산업기반 붕괴를 막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는 통화공급 확대, 금리인하 유도, 주택구입자금 공급, 재정의 조기집행
, 내구소비재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 등 내수진작책을 추진중이다.

기업은 미래에 대한 투자, 가계는 건전한 소비를 통해 수출산업기반을
유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중화학공업 분야는 중복 과잉설비를 해소하고
사업교환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필요하면 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구조도 대기업과 대량생산 위주에서 기술집약적인 중소
중견기업 및 유연생산체제 위주로 전환하는 한편 내수기업들의 수출기업화를
촉진해야 한다.

35회 무역의 날을 맞아 모든 정부부처와 수출지원기관 그리고 직접 수출을
맡고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이 "수출만이 살 길이다"라는 확신을 갖고
총력수출 노력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