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에는 단계가 있다.

사내애들은 서너살이 되면 모형자동차를 좋아하고 조금 지나면 로봇에
매달린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자전거타기나 축구 등 몸싸움을 겸한 마당놀이에
집중한다.

중고생이 돼서도 그때그때 유행에 마음을 빼앗기지만 얼마 뒤면 저절로
시들해져 그만두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컴퓨터게임에는 이런 일반적 법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일단 게임에 맛들이면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초등학생과 중고생 상당수가 부모의 눈을 피해 새벽에 컴퓨터를 켠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엔 인터넷 전용회선을 설치한 네트워크게임방이 늘어나면서 인터넷게임
마니아까지 생겨났다.

도깨비커서넷, 메니아월드 등 체인 형태로 운영되는 인터넷게임방에 대학생
과 일반인은 물론 중고생까지 몰려와 밤을 지새는 일이 많다고 한다.

개중엔 아예 게임방에 살다시피 하는 청소년도 있다는 소식이다.

인터넷게임으로 가장 인기있는 "스타크래프트"의 전세계 상위기록 1백명중
60명이 한국인이라는 보고는 인터넷게임 중독자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준다.

인터넷게임이 이처럼 인기있는 것은 일정패턴만 익히면 숙달되는 기존 전자
오락과 달리 독자적인 전략을 세워 싸울 수 있기 때문.

인터넷상에 성적이 기록돼 경쟁심을 부추기는 것도 마니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컴퓨터게임은 컴맹 탈출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게임도구로만 이용되는 건 곤란하다.

청소년마니아의 경우 대부분 게임메이커가 되겠다지만 학업을 멀리한 채
게임에 매달려서는 결코 유능한 메이커가 될 수 없다.

우수한 게임을 만들려면 스토리 창작과 기술 개발력을 지녀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주는 자격증의 유효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은
컴퓨터기술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를 입증한다.

중고생들의 게임방 출입을 막을 수는 없되 중독단계까지 이르지 않도록 시간
제한을 두는 등의 업계 자율 규제가 필요할 듯싶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무모한 열정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