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책이나 구조조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
하려면 목적세 폐지는 불가피하다"(재정경제부 기획예산위원회)

"목적세 폐지의 원칙엔 동의한다. 그러나 농어촌구조개선이나 교육시설확충
등 백년대계를 위한 투자에 소홀해선 안된다. 이들 투자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농림부 교육부 등)

목적세 폐지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9일 김종필 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들
이 모였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는데 실패했다.

찬반 양측의 주장과 논리를 다시한번 확인하는데 그쳤다.

물론 오는 2000년부터 목적세를 없앤다는 원칙엔 합의했다.

그러나 농어촌및 교육분야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재원을 확보하는 보완대책
을 마련키로 함으로써 ''현실적인 타협''을 모색키로 했다.

만약 특정사업에 대해 안정적인 돈줄을 보장한채 목적세를 폐지한다면
당초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 "알맹이 없는 폐지"가 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 폐지 원칙엔 동의 =목적세를 폐지해 조세체계를 간소화하자는데 반대
하는 사람은 없다.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교통세 등 목적세를 사용해온 부처들도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국내 조세체계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복잡하다.

국세 17개, 지방세 15개 등 세금항목만 32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16-19개 정도의 세금을 걷고 있는
것에 비하면 2배정도 많은 셈이다.

특히 목적세는 대개 세금에 세금을 덧붙이거나(Tax on Tax), 조세감면에
대해 다시 세금을 물리는 부가세(Surtax) 형태로 걷는다.

그러다 보니 복잡한 조세체계는 통상마찰을 불러 일으키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재경부는 현행 17개인 국세를 10개로 대폭 축소키로 했고
목적세를 폐지대상에 포함시켰다.

<> 부처 이기주의가 문제 =농림부 교육부 등이 반대하는 것은 목적세 폐지
자체가 아니다.

목적세가 없어짐에 따라 그동안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해온 농어촌구조개선
사업이나 교육시설투자사업의 차질을 우려하는 것.

따라서 이들은 목적세가 폐지되더라도 농어촌이나 교육부문 등에 대한
투자재원은 안정적으로 조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명분은 그럴듯 하지만 실상은 부처 이기주의가 목적세 폐지를 가로막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목적세가 폐지된다고 해서 농어촌이나 교육부문에 대해 투자가
안되는건 아니다.

예산배정 방식만 바뀐다.

그동안 목적세로 걷혀 특정사업으로 "직행"하던 예산이 예산심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들어가게 되는것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 ''까다로운 절차'' 탓에 관계부처가 반발하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 칸막이 재정운용 해소될까 =농림부 교육부 등은 농어촌이나 교육투자
등에 대한 안정적인 예산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목적세 폐지 법안 등에 "특정사업에 대한 예산 우선배정" 등을
명시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법제상 가능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재경부와 농림부 교육부 등은 앞으로 이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할 전망
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농어촌특별세로 거둔 세금은 농어촌투자
에만 써야 한다"는 식의 칸막이식 재정운영이 지속된다면 목적세 폐지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재정의 "성역"으로 자리잡은 목적세 폐지가 어떻게 결론날지 두고볼 일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