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 서울대 교수. 경영학 cho@ips.or.kr >


네덜란드의 경제학자이자 제1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틴베르헨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남겼다.

여러개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한 그 숫자만큼의 정책이 필요하다.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면 두마리 이상의 사냥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원칙을 오늘날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위기상황에 적용해 보자.

우리는 지금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효율성의 과제와 이 과정
에서 "직장을 잃는 사람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형평성의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구성원의 생산성을 향상해야 하며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인력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경우 현재 근로인력의 7.6%에
달하는 1백65만명의 실업자 수가 계속 늘어나 실업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실업대란이 현 정권에 대한 불신임으로 연결되는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혁을 위해 30%의 근로자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한 소리를
내던 정치 지도자들도 실업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 인력 구조조정을 가급적
연기하자며 목소리를 낮추게 된다.

정치현실에 밀려 기업구조조정이 후퇴하는 경우 한국경제가 가게 될 길은
자명하다.

한국기업들은 정부의 금융 및 재정지원과 국내시장보호 속에서 경쟁력없는
산업의 가동률을 높여 내수판매와 수출을 확대할 것이며 한국국민들은 반짝
경기에 일시적으로나마 취업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라는 장기목표보다는 정부보조금,
국내시장에서의 독점이익과 같은 단기이득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해외기업과 정부들은 WTO(세계무역기구)헌장과 OECD(경제협력개발
기구)규약을 근거로 삼아 불공정거래를 시정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한국경제는 경쟁력을 갖춘 선진경제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지난 10개월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변신의 아픔을 어차피
겪어야 한다면 이번에 겪는 고생으로 한번에 끝내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는 경제위기를 회피하지 않는 용기와 고쳐야 할 것을 제대로
정확하게 고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앞에서 설명한 틴베르헨의 원칙은 바로 경쟁력 강화와 실업자 보호라는
두가지 과제를 기업구조조정이라는 한가지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대안을 세워보자.

우선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기업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강도와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통해
재벌그룹에 구조조정이 회피할 수 없는 길임을 명백하게 전달해야 한다.

반면 이 정리해고 과정에서 퇴출하는 수많은 실직자들을 구제하고 이들이
경쟁력을 되찾도록 하는 정책은 구조조정의 강도를 낮추는 것과 다른 방법,
즉 실업대책기금확보 창업지원 등으로 강력하게 집행해야 한다.

다시말해 기업구조조정으로는 경쟁력강화를, 그리고 실업관련 정책으로는
실업자 보호를 추구함으로써 총체적인 정책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구조조정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실업의 경우 실업대책기금 10조원 확보라는 단기대책만을 내놓고
있어 장기적으로 실업자들의 경쟁력회복을 돕기위한 뚜렷한 정책의지를 보이
지 못하고 있다.

실업대책기금은 실업자에게 당장 필요한 대책이지만 필요이상으로 장기화
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실업자들을 무기력자 내지는 기회주의자로 타락시키고
만다.

따라서 정부는 정권초기에 가졌던 의지와 속도를 유지하면서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하되, 이와는 별도로 이 과정에서 양산되는 실업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보통신 등 미래 유망산업에 필요한 실무교육, 창업
기회의 창출, 그리고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의한 아웃소싱과 퇴직자 중심의
분사화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