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말 열렸던 독일 하노버 박람회에 참가했던 H사 A사 등 6개
조명업체 사장들은 뼈아픈 경험을 했다.

함께 참가했던 D사만 70만달러어치 수출계약을 했던 것.

품질 수준은 비슷했는데도 바이어가 UL마크를 딴 D사 제품만을 요구했던게
이유였다.

유럽에서 열리는 전시회여서 미국의 UL마크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나머지 업체들은 눈뜨고 바이어를 놓쳐야 했다.

해외 인증규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탓이다.

건당 1천만원정도 소요되는 인증획득 비용 때문에 수출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하는 중소기업들도 있다.

녹즙기를 만드는 D사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소량의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소기업인 이 회사로서는 인증획득 비용 1천5백만원이 부담돼
주문을 소화할 형편이 안됐다.

면도기 생산업체인 U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에 CE마크를 획득한 후 유럽에 4백만달러어치의 이발기 등을 수출한
이 회사는 올들어 신모델에 대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그러나 모델별로 CE마크를 따야 하는 문제에 걸려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인증규격에 대한 정보 부족과 혹시 안다고 해도 획득하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수출에 차질을 빚는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 자금지원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이 해외 인증획득을 추진할때
소요되는 자금의 70%까지 지원키로 했다.

올해 지원분(25억원)에 대한 접수는 이미 끝났다.

전국에서 8백60여개 중소기업이 신청했다.

중기청은 10월말까지 지원업체를 결정할 계획이다.

4백여개사가 선정될 예정이다.

선정된 업체에는 곧바로 착수금 명목으로 지원금 절반이 제공된다.

나머지는 인증을 딴 뒤에 지원된다.

중기청 관계자는 "내년예산 25억원도 이미 확보했다"며 "이번에 지원받지
못한 업체와 내년초에 신청할 업체들을 함께 심사해 지원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원대상 인증규격은 UL.FCC.QS-9000(미국), CSA(캐나다), CE(유럽연합),
GOST(러시아), CCIB(중국), JIS/T(일본), TUV/VDE(독일), NEMKO(노르웨이),
SEMKO(스웨덴), KEMA(네덜란드), QAS(호주) 등 13개다.

중기청은 획득 비용을 지원받고자 하는 인증규격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
대상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 정보제공 =국립기술품질원은 지난 15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nitq.go.kr)를 통해 세계 주요국의 표준 및 기술규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의 1백25개 회원국이 TBT(무역상기술장벽)협정에 따라
사무국에 통보한 표준 및 기술규정을 한글로 정리해 알려주고 있는 것.

1천1백30건의 무역규제 사항이 실려있다.

UL과 같은 대표적인 인증규격외에도 일부 선진국에서는 국가안보 안전
보건 환경등에 관련된 제품에 대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필요이상의
과도한 기준을 적용, 무역규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립기술품질원은 "중소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런 정보를 신속히
입수토록 해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