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정부는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부동산시장
을 전면 개방했다.

그러나 아직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왜일까.

한국경제신문은 "한국의 경제위기와 개혁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외국인
좌담회 시리즈 일곱번째로 한국내 사옥매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한국HP와
국내 부동산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미국 민셜디벨롭먼트컴퍼니의 최고
경영자를 초청, 그들이 경험한 국내 부동산시장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이들은 "부동산 관련 세제가 좀더 단순 명료하게 정비돼야 하며 부동산
가격 산정방식도 국제 관행에 맞춰야만 외국인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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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시장의 외국인 투자 유치 ]]

[ 좌담 참석자 : 최준근 < 한국HP 사장 >
워너 민셜 < 민셜디벨롭먼트 회장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사회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HP는 지난 8년동안 국내에서 사옥매입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도 완전히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걸림돌이 무엇
이었나.

<> 최준근 한국HP 사장 =그동안 회사규모가 급성장하면서 한국내 자체사옥
을 확보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매입을 추진했다.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부서를 한 건물에 입주시키면 업무 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몇몇 빌딩을 물색해 환경 및 안전진단 등 각종 검사를 했다.

지금은 거의 매입 마무리단계에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취득세 등록세 등 세금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취득세는 건물 매입가의 2%이다.

여기에 농특세(취득세의 10%)가 추가된다.

2.2%를 취득세 형태로 무는 것이다.

더욱이 대도시 과밀억제권역내 부동산을 매입하면 취득세가 5배로 늘게
된다.

결국 11%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는 국내외 기업에 모두 적용된다.

등록세도 마찬가지다.

교육세 농특세 등을 포함하면 3.6%의 등록세가 매겨진다.

5배 중과(중과)하면 18%가 세금으로 나간다.

다행히 우리 회사의 경우 한국에 진출한 지 5년이 넘어 등록세 중과는
피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매입가격의 14.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 사회 =미국에서도 부동산을 매매할때 세금을 그렇게 많이 물어야 하는가.

<> 워너 민셜 민셜디벨롭먼트 회장=그렇지 않다.

워싱턴의 경우 부동산을 사고 팔 경우 매도자 매입자에게 각각 매매가의
1%가 세금으로 매겨진다.

매입자의 경우 각종 법률 비용의 지출까지 포함하더라도 매매가의 2.5%
정도면 충분하다.

계약에 따라서는 매도자가 이 비용을 전부 떠안기도 한다.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너무 많은 편이다.

<> 사회 =한국의 부동산거래 관련 세금이 많은 것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상당한 투기억제효과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 민셜 회장 =이해는 간다.

그러나 방법이 잘못됐다.

세금을 늘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오히려 금융시스템 개선이 우선됐어야 했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대출을 엄격히 규제했어야 했다.

지나친 세금부과는 실물경제를 오히려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최 사장 =부동산 가격 산정방식도 개선돼야 한다.

외국의 경우 부동산을 매입할 때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부동산의 가격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처음 그 부동산을
샀을때 얼마를 투자했고 또 앞으로 당연히 오를 것이기 때문에 이 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에선 부동산가격은 항상 오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가격산정방식도 국제적
으로 바뀌어야 한다.

<> 민셜 회장 =미국의 부동산 가격결정방식은 한국과 전혀 다르다.

미국에선 부동산가격이 매매자와 매도자의 협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또 과거에 얼마에 샀으니 지금 어느 정도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시티뱅크 GE캐피털 등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가격결정을 위한 전문적인
산정방식을 갖고 있다.

즉 임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입과 이자율 등 현금 흐름을 감안해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이른바 수익환원법(income approach)가 그것이다.

이같은 가격결정방식이 미국에서 구체화된 체계를 갖추게된 것은 지난 89년
8월 제정된 금융기관개혁및 규제 강화법(FIRREA)이 통과되면서 부터였다.

FIRREA는 당시 파산한 저축대부조합(S&L:주로 단기가계예금을 받아 장기
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로 운용하는 저축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바로 이 수익환원법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했다.

이런 수익환원법으로 부동산가격을 평가하면 투기를 없앨수 있어 부동산을
이용한 자금조달도 매우 쉬워진다.

예를 들어 민셜같은 부동산투자회사가 어떤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에 1천만달러의 대출을 제의했다고 하자.

그러면 골드만삭스는 수익환원법에 의한 가격산정을 통해 그 부동산 가격이
적절한가를 검토한다.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1천만달러를 대출해 준다.

골드만삭스는 1천만달러에 대한 채권을 증권화해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등에 판매한다.

부동산 증권은 일반적으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미국 재무부채권(TB)보다
수익률이 높다.

부동산의 증권화는 곧 부동자산인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것이다.

한국이 최근 경험했듯이 유동성부족은 금융위기를 의미한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의 유동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같은 메커니즘을 도입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 사회 =사실 한국과 외국의 부동산 가격산정방식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부동산 가격이 결정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민셜 회장=지난 8월 우리 회사가 매입한 워싱턴의 연면적 15만평방피트
빌딩을 예로 들겠다.

이 빌딩을 평방피트당 47달러에 사들여 개보수하는데 평당피트당 26달러를
투자했다.

결국 이 빌딩의 가치는 평방피트당 73달러가 된다.

빌딩임대로 예상되는 월수입은 평방피트당 10달러이다.

10달러에 대해 연 10%의 금리를 적용할 경우 이 빌딩은 평방피트당
1백달러의 현금 유동성(cash flow) 가치를 지니게 된다.

빌딩에 투자한 금액은 73달러이고 기대 수입은 1백달러로 평당피트당
27달러의 수익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투자금액과 여기서 예상되는 수익과 이자율 등을
계산해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

외국인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 한국에는 부동산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 사회 =한국에 부동산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은 좀 충격적으로
들린다.

<> 민셜 회장 =사두었다가 값이 오르면 판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 한 제대로
된 부동산 시장이 형성될수 없다.

부동산 가치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방식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갖고 있기만 하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과거의 생각은 버려야 한다.

건물을 벽돌과 철근으로 이뤄진 "무생물"이 아니라 기업의 공장처럼 수익을
창출해 내는 "생물"로 인식해야 한다.

일본 금융기관들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과거 부동산을 담보로 엄청난 대출을 해줬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런데도 손실처리하지 않고 있고 붇들고 있다.

일본의 부동산은 결국 시멘트와 쇠덩이로 이뤄진 유동성이 전혀 없는
무생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얼마나 바보스러운 짓인가.

초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부동산을 하루빨리 처분해야 한다.

부동산 매각 대금을 기업활동에 재투자해 경기를 살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래야만 경제가 회복되고 결국 부동산시장도 활성화된다.

미국도 지난 89년 저축대부조합(S&L) 사건으로 금융위기를 맞았을때 정리
신탁공사(RTC)를 설립해 부동산을 대규모로 처분했었다.

물론 장부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아치웠다.

초기에는 큰 손해를 봤지만 나중에는 돈이 돌면서 경기가 살아나 결국
금융기관들의 이익으로 연결됐다.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최 사장 =이제 한국 국민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외환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외국인들의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부동산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나름대로 적정하다고 판단한 가격을 제시하면
먼저 화부터 내던 부동산 소유주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격산정방식을 설명하면 차츰 고개를 끄덕인다.

그동안 한국내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많이 제거되기는 했지만 지금이
부동산을 매입해도 좋은 시기인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민셜회장은 전문가입장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

<> 민셜 회장 =적기는 아니라고 본다.

좀더 기다리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30%정도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거품이 더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가격이 70%정도 하락했다.

<> 사회 =한국내 부동산에 투자를 한다면 세금 수익률 등이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한다고 보는가.

<> 민셜 회장 =세금은 적을수록 좋다.

자본소득세는 20%이면 적절할 것으로 본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평균 20~30%이다.

투자수익률은 높을수록 좋겠지만 연 35~40% 정도는 돼야 한다.

한국 부동산은 투자위험도가 매우 높다.

이같은 위험도를 감안하면 그 정도의 수익율은 보장돼야 한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동남아 국가가운데 가장 먼저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한국내 투자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 사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한국의 업무용 빌딩은 상당수가 비어
있는 상태다.

만약 빈 빌딩을 매입했을때 어떻게 임대하겠는가.

<> 민셜 회장 =서양식 임대방식을 적극 도입하겠다.

보증금제도를 없애고 월세로 바꿀 것이다.

물론 경쟁력있는 가격이 기본 전제이다.

최고의 빌딩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같은 사실이 입선전을 통해 알려질 경우 우리 빌딩을 선호하지 않겠나.

주고객층은 이같은 임대방식에 익숙한 외국기업들이 될 것이다.

<> 민셜 회장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에 대해 한국인들의 인식도 변해야할
것으로 본다.

지난 89년 록펠러센터가 일본 미쓰비시그룹에 팔렸을때 미국 국민들은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결국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록펠러센터는 미국에 되팔렸다.

록펠러센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다.

외국인들이 한국내 부동산을 사들인다고 해서 그것을 자국으로 가져갈순
없다.

결국 경제만 되살아난다면 언제든 한국인들이 되찾을 수 있는게 아닌가.

경제회복이 최우선이다.

<> 최 사장 =한국HP의 사옥 매입은 한국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매입이 성사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에 투자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시내중심가 빌딩의 참고가격(reference price)을 설정하는 기회도 된다.

그동안 거의 빌딩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참고할만한 가격이
없는게 사실이다.

우리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훨씬 전부터 사옥구입을 추진해 왔고 회장
방한시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 정리=김수찬 기자 ksch@.조정애 기자 jc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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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이 있으시다면 전자메일(주소 forum@ked.co.kr)로 보내 주십시오.

다음 좌담회에 반드시 반영하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