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파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

EABC의 OMJ(One Million Jobs,일백만 일자리 만들기) 보고서는 한국을
풍토병환자로 진단한다.

병명은 규제공화국이다.

규제를 혁파하지 못하면 소생할수 없다는 것이다.

규제개혁에 성공해야만 한국 경제는 소생할 수 있다.

"가치창조형(Value Added) 일자리"를 만들면서 실업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규제개혁에 실패하면 침체의 늪에서 영원히 헤멜 수도 있다.

이것이 EABC의 OMJ 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다.

OMJ 보고서가 말하는 규제혁파는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숫자 줄이기"
식 규제완화와는 차원을 달리 한다.

허가가 등록이 되고 등록이 신고가 되는 "생색내기"여서는 곤란하다.

규제혁파를 지렛대로 경제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지 않으면...

그동안 정부의 규제완화는 선진국대열에 한번 합류해 보자는 "선언적"
차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규제를 깨부수지 못하면 한국의 경제가 죽는다는 절박함도 없었다.

이 보고서가 주창하는 규제혁파의 목표점은 분명하다.

절대절명의 시기에 작성된 이 보고서의 분명한 타깃은 "1백만 일자리
만들기"다.

그래서 규제개혁의 실천과제도 명확하다.

규제개혁의 시발점은 "상법을 비롯해 애매한 세법과 기업의 이윤저하를
초래하는 각종 법률들을 전면 재검토"(EABC 보고서)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이나 영국은 단돈 1달러면 주식회사 창업으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주식회사를 설립하려면 최소 5천만원이 필요하다.

EABC는 차고에서 공장을 시작한 빌 게이츠가 한국과 같은 규제여건하에서도
과연 마이크로소프트를 키울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EABC는 요소시장의 활기를 막는 대표적 진입규제 사례로 선물시장을 들고
있다.

국내에서 선물시장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벌써 2년전의 일.

그러나 아직 선물시장 설립은 첫 삽도 못뜨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관료들은 선물시장을 만들기도 전에 규제할 수단부터 찾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관료를 질타해야할 정치권은 서울이냐 부산이냐를 놓고 ''싸움박질''만 했다.

어디에 세우는 것이 선거에 유리할 것인가로 다투며 세월만 허송했다는
얘기다.

선물시장이 생기면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 선물중개인,
거래소직원에서 건물관리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용창출효과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보면 규제혁파는 잠들어 있는 토지 자본 노동 취미 위험 기술
기업가 등 일자리가 숨어 있는 모든 생산요소들을 살아 숨쉬게 할게 분명
하다.

관료들의 규제만능주의적 사고는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걸림돌이 됨은 물론
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는 단순한 자본유입이 아니다.

대량실업시대에는 고용창출의 주요한 축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는 정부의 간섭이 투자유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몇년전 한 창업투자회사는 정부규제로 세계적인 증권회사로부터의 자본유치
를 성사직전에 무산시키는 쓰라린 경험을 해야 했다.

당시 청와대까지 나서 투자유치를 막은 명분은 단순했다.

"외국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금융질서에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규제가 한국 경제의 "풍토병"이라면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주의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규제혁파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비용은 거의 않지 않으면서 효과는 극대인 그야말로 "가치창조형" 실업대책
이다.

규제혁파만 제대로 되면 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보아 올해 총 실업예산
10조원의 1백배이상 될 것이라는게 EABC OMJ 보고서의 결론이다.

물론 규제혁파로 모든 실업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사회안전망구축, 공공근로사업, 직업훈련 등 단기적인 실업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혁파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면서 "거품없는
성장"과 "일자리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에 틀림없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