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과 민노총이 다투어 실업자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노총은 이미
서울지역 실업자협의회를 설립한데 이어 연말까지 전국 15개 시.도별
협의회를 만들어 내년초 전국실업자연맹을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민노총도 17일 서울역에서 정부종합청사까지 2천여명의 실업자들이 참석한
가두행진을 벌인 뒤 전국 실업자연대준비위원회를 결성키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두 노총의 이같은 움직임을 매우 걱정스럽게 여긴다. 이미
2백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지만 노총이 나서서
실업자들을 조직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절대로 아니다. 자칫 상황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 뿐이다.

어떤 형태로든 실업자를 조직화하는 것은 냉정히 말해서 백해무익하다.
실업자들이 조직을 갖고 집단행동을 벌인다고해서 실업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볼때 실업자의 조직화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는 전무하다.
그런 조직이 생기는 것은 불안감만 더하게 할 뿐이다.

실업자조직이 과격성을 지니게 될 것은 태생적으로 불가피하다.
그 조직이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그 상대는 정부일 수밖에 없을 것도
자명하다. 그런 저런 점을 감안하면 실업자조직이 생길 경우 그 성향과
행동반경은 짐작하기 어렵지않다.

과격한 정치투쟁 지향적일 수밖에 없는 실업자 조직과 노동운동단체간
연대는 결국 노동운동에 과격성을 더하게 할 것이고, 이는 산업현장에도
부담을 줄 우려가 크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노동시장여건은 기업하기에
어렵다는게 외국투자가들의 보편적인 인식인데,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업자 조직화가 그것도 전국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대외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것 또한 분명하다.

두 노총이 다투어 실업자의 조직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뭔가 잘못된 일이다. 노동관계법은 노동조합을 근로자, 곧 임금.급료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직원으로 하고 그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단체로
정의하고 있다. 실업자 조직을 만들어 이를 산하에 두려는 두 노총의 의도는
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실업자가 취업해 정상적인 노동조합원 자격을 갖게될 날을 겨냥해
미리 유대를 갖는 것이 두 노총간 조직확대경쟁 차원에서 긴요할는지
모르지만, 실업자의 조직화는 국민경제를 생각하는 상급 노동단체가
해야할 정상적인 일은 절대로 아니다. 서울 시내 일부 대학의 "여성노동권
확보를 위한 대학연대" 등과 노동단체간 연대움직임도 마찬가지다.

거듭 말하지만 실업문제는 경제가 풀려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실업자를 조직화하고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행위는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업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노동운동관계자나 실업자들이 모두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