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갖고 있으면 오른다는 "불패신화"는 옛날 얘기.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부동산은 더이상 재산을 늘려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오히려 갖고 있으면 고통이 되는 족쇄가 돼버렸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인식틀, 이른바 "패러다임"의 변화가 실감난다.

이러한 패러다임변화는 부동산시장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금융기관의 담보대출등 대출제도와 일반기업체들의 영업관행 등을 모두
1백80도 변화시켰다.

부동산은 더이상 대출이나 영업활동에 도움을 주는 효자는 아니다.

빨리 팔아 현금화하는 것만이 생명을 연장하는 길이 됐지만 그나마도
쉽지 않다.

기업부도나 은행퇴출의 주요 원인중 하나가 부동산매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탓이다.

"세입자-주인"관계 등 개인들의 생활양상도 크게 변했다.

지금까지는 주인들이 세입자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입장이었다.

서민들의 "집없는 설움"은 한국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한의 집약체로
인식될 정도였다.

그러나 전세값의 급락으로 오히려 세입자의 권리가 급속도로 신장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각종 법률도 이제 세입자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되고 있다.

우스갯 소리지만 한때 "집있는 설움"이란 말이 유행한 것도 사회변화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부동산시장이 이같이 대변혁을 겪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
(IMF)관리체제로 들어가면서부터.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일거에 제거되면서 시장이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지금도 일부 아파트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뿐 전반적으로 시장은 계속
"혼란중"이다.

부동산시장의 향후 전망이 불확실한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경제의
불투명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시장의 주도권을 국내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쥐고 있다는 점.

우리 경제를 견인할 지렛대가 외국투자자본인 만큼 외국인들의 국내 경기에
대한 확신여부가 국내 부동산시장의 열쇠가 되어버렸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은 특정 외국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를 의미한다.

외국투자자들에게 이 기준은 상식이다.

따라서 외국투자를 유치하려면 부동산시장에서도 각종 제도, 거래관행,
가격산정기준 등을 여기에 맞춰야 한다.

우리의 시장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을 경우 외국인들은 방관자에서
참여자로 태도를 바꾸어 빠르게 들어올 것이다.

부동산시장 전망도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앵글을 통해 보면 어느정도
예측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우선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가격의 경우 철저히 수요공급 원리에
맞춰 결정될 것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거품"이 완전히 빠지면서 수요가 있는 곳은 오르고 없는 곳은 내리는
식이다.

서울 한복판의 빌딩이라도 임대수요가 없으면 외국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간혹 사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이들이 생각하는 가격은 매도자가 마음에
두고있는 값의 절반이하다.

이들에겐 빌딩값이 얼마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빌딩의 연간 투자수익률이 매입의 결정적 조건이다.

수급원리는 아파트 등 주택시장에도 철저히 적용된다.

요즘들어 전반적인 침체속에서도 지역에 따라 오르는 아파트가 많고
분양시장에선 30평형대 아파트가 종종 1백%를 웃도는 분양률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파트는 오른다.

큰 평형일수록 더 뛴다"는 말은 어느새 시대착오적인 조롱거리가 돼버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주택값도 최고치 대비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곳이 많으나 수년동안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들이 좀처럼 수요를 늘리지 않아서이다.

멕시코처럼 우리보다 앞서 IMF행 열차를 탔던 나라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경기침체로 주택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않았던 탓에 공급이 줄어든
일반 주택값이 IMF관리체제이후 2~3년 지난 요즘 다소 오름세를 보일 뿐이다.

건설산업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동안 우리 건설업체들은 주로 아파트건설로 돈을 벌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땅을 산뒤 서로 맞보증을 서면서 아파트를 분양하고
그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또다른 땅을 사들이는 식이었다.

거품경기기간중 가장 재미를 본 업종일 것이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자 주택건설업체는 최악의 길을 달리고 있다.

전형적인 부도도미노현상이 건설산업에서 벌어졌다.

올해초만 해도 1천5백개에 달한 주택업체중 아직 아파트사업을 하는 회사는
3백50여개에 불과하다.

20%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나머지는 부도를 냈거나 사업을 포기한 상태다.

살아남은 업체라 해도 기술수준, 자본력, 투명성 등을 국제기준에 맞추지
못한다면 "퇴출"은 불가피할 것이다.

정부정책도 지금까지는 글로벌스탠더드와 거리가 멀었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면 주택과 택지공급을 확대했고, 침체에 빠지면
수요기반을 늘려주는 고무줄 정책이었다.

그나마 시장을 리드하지 못하고 따라다니기에 바빴다.

원칙과 철학은 실종되고 정권이 바뀔때마다 한건주의식 건설정책들이
난무했던게 그간의 현실이었다.

IMF이후에도 외국인투자자유화 분양가자율화 미등기전매허용 등 과거엔
엄두도 못냈을 규제완화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정부가 타이밍을 못잡고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시장은 "돈의 논리"로 움직이나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흐르도록 제대로
물꼬를 터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마음먹고 실시한 주택중도금대출이 하루만에 마감되는 등 실수요로
이어지는 자금줄은 막혀있다.

실업자대출보다는 건설투자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정책의 우선순위는 아직 왔다갔다 한다.

건설업계의 최대 희망사항인 1가구 2주택 양도세중과 폐지 역시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도 건설업계의 자금흐름을 원활히 하는 효과가
크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시적인 세수부족 우려로 검토조차 하지않고 있다.

시장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이 급변하는 현장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해선 투자마인드도
글로벌화해야 한다.

IMF이후 국내 경기가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외국인들은 돈을 벌어
나가는게 현실이다.

글로벌화된 시각으로 보면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도 돈이 보인다는 얘기다.

침체시장을 타개하는 지름길은 하루빨리 글로벌화된 시각으로 무장하는
일이다.

[ 특별취재팀 : 사회2부 / 육동인 기자 dongin@ 방형국 기자 bigjob@
유대형 기자 yoodh@ 김호영 기자 hykim@ 김태철 기자 synergy@
송진흡 기자 jinhup@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