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범양식품이 지난 25년간 유지해 왔던 코카콜라와의 보틀러 관계를 청산한
뒤 선보인 국산콜라의 이름이다.

범양식품은 이 콜라의 이름을 짓기 위해 먼저 "독립"이란 컨셉트를 설정
했다.

IMF시대를 사는 소비자들에게 "우리것"임을 부각시켜 애국심에 호소하려는
전략이다.

"3.1절" "대한민국 까만 음료" "로열티 한 푼 내지 않는 우리꺼" 등의
후보작이 나왔다.

마지막 순간에 "815"로 정했다.

이 회사는 대표전화번호의 끝자리도 "0815"로 바꿨을 정도로 "애국심
마케팅" 활동에 주력했다.

결과는 만족할만했다.

시장점유율이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후 5개월만에 10%선을 바라보고
있는 것.

나라경제가 IMF 관리체제에 놓인 이후 "애국심"과 "경제성"의 이미지가
기업브랜딩 전략의 첫번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815"처럼 직접적으로 애국심에 호소하는 브랜드가 나오는가 하면 데코의
패션의류 "지지배" 등 순한글로 된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의 애국심을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사례도 많다.

잠뱅이가 지난 여름 기획상품으로 내놓은 청바지 이름을 "유관순바지"
"안중근바지" 등으로 붙여 유행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제적인 상품임을 강조하는 브랜드도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해태음료의 "깍쟁이 코코" 등 자린고비 이미지가 밴 브랜드로 IMF 관리체제
이후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파고드는 상품들이 각부문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브랜딩 전략도 이처럼 시대조류를 탄다.

코카콜라나 IBM 등 세계 최고의 브랜드도 줄곧 똑같은 모습을 유지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명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로고는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대공황기에는 묵직한 서체로 안정감을 강조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다시 날렵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들뜬 마음을 잡아
들였던 것이다.

요즘 우리기업들의 브랜딩 전략은 외국기업과는 다른 환경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기업들은 자신있게 내놓을 만한 브랜드가 없는 상황에서 IMF 관리체제란
직격탄을 맞았다.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우리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수 있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애국심"과 "경제성"이 최선의 아이디어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더욱 짜임새 있는 브랜딩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딩 전문업체인 "이름고을"이 제시한 "IMF시대를 이기기
위한 브랜딩 전략 10계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외제로 오인을 받지 않게 하라"

애국심에 호소하는 요즘 브랜딩 추세에 맞다.

둘째 "구체적인 효능과 경제성을 표현하라"

경제성을 최우선시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라"

기존 브랜드를 적절히 업그레이드한 연계 브랜드를 개발, 새로 브랜드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을 절약하라는 뜻이다.

넷째 "브랜드의 가지수를 줄여라"

경쟁력이 없는 브랜드는 과감히 가지치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섯째 "패밀리 브랜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를수 있는 대표 브랜드를 육성,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10계명은 또 <>공동 브랜드를 모색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신규브랜드 개발투자에 주력하며 <>자체상표를 개발해 미래에 대비해야 하고
<>이성적인 언어로 소비자를 설득하며 <>타깃 소비층을 집중 공략하는
전법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단순히 브랜드를 만드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조직적이고 포괄적인 마케팅 활동이 뒷받침돼야만 브랜드는
클 수 있다.

제품의 질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브랜드 육성의 기본조건이다.

위기는 기회와 통한다.

IMF시대는 "한국적" 브랜딩 전략과 기법을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렵다고 몸을 움츠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과감한 기업가 정신만이 신화를 창조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