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때는 "문화재"하면 경주를 떠올리고 왕릉에서 나온 금관 등 금부치
장신구나 청자 백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회별신굿" "종묘제례악" "처용무" 등 전승예술도 문화재
이고 나전칠기장 화각공예장도 "인간문화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 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고 64년 "종묘제례악"이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면서 유형문화재 뿐아니라 무형문화재의 중요성도 널리 알려
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정된 무형문화재는 모두 1백3종에 이르고 기.예능보유자 1백81명
보유자후보 72명을 포함한 전승자는 모두 2천83명이나 된다.

전승교육관은 전국에 34개소가 마련돼 있다.

보유자에게는 월 70만원의 전승지원금이 지급되고 의료혜택도 받는다.

또 매년 발표공연과 작품전도 열어준다.

무형문화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5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는 94년 수공예에 한해 32명의 "예술장인"을 선정, 매년 10만프랑(약
1천6백만원)의 전승교육비를 지원한다.

태국은 85년부터 전통 및 현대예술 분야에서 해마다 "국가예술가"를 지정,
시상한다.

필리핀도 74년부터 "국가예술가"6명을 뽑아 훈장과 종신연금을 주고 있다.

50년대부터 무형문화재를 보호해온 일본은 공연.공예분야에서 62종 87명이
"인간국보"로 지정돼 매년 2백만엔(약 2천2백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개인종목에 치우쳐 그동안 20여개종목에서 30여명이 사망해 대가
끊긴 것이 흠이다.

전승제도면에서는 단연 한국이 모범적이다.

인류의 전통문화계승을 중시하기 시작한 유네스코가 한국의 무형문화재
제도를 바탕으로 만든 "인간문화재 지침서"를 93년 각국에 보낸 이래 우리의
무형문화재 제도가 세계의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는 13일부터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브라질
몽골 콜롬비아 등 9개국 대표가 우리 무형문화재 제도를 배우기 위한 워크숍
(13~20일)을 열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미쳐 낙제점을 받았지만 문화적으로
인정받는 구석도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