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근대적 의미의 유통시장이 등장한 것은 60년대 이후로 볼수 있다.

이전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정기시장(3일장 5일장 등)을 중심으로
한 재래시장과 약령시장이 유통산업의 명맥을 이어 왔다.

물론 지난 30년 일본 미쓰코시백화점의 경성지점, 32년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화신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 탄생했으나 매장구성과 판매방식 등에
있어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60년대 들어 "유통 근대화 5개년계획"이 추진되면서 관련 산업은
본격적인 발전궤도로 들어섰다.

68년 우리나라 최초의 슈퍼마켓 체인인 "새서울 수퍼마켓"이 설립돼 국내에
셀프서비스 문화를 열었다.

또 50년대 문을 연 신세계와 미도파백화점도 현재와 같은 직영체제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때만해도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이용객은 부유층에 한정됐었다.

70년대들어 중동특수를 타고 고속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롯데백화점
한양유통(현 한화유통) 등이 문을 여는 등 직영백화점은 양적 성장기를
맞았다.

자연히 지방 재래시장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80년대는 다점포화 시대로 특징 지어진다.

인구증가와 도시화의 급진전으로 대형 지점이 전국 곳곳에 설립됐다.

신세계의 영등포점과 동방점, 롯데 잠실점, 현대 압구정점과 울산점, 한양
천안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위세에 눌려 슈퍼마켓이 정체기에 접어든다.

90년대는 할인점시대다.

특히 유통시장의 개방과 함께 외국유통업체들이 국내에 대거 진입하면서
가격파괴를 부추겨 할인점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또 분당 일산 등 수도권지역의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대형유통산업의 지방화
도 상승기류를 탔다.

결국 백화점 중심의 "대형화와 고급화" 추세가 한풀 꺾이고 그 대신
"대형화와 다양화" 시대가 이제는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