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약국에서 약을 사면서 의구심을 갖게 되는 때가 있다.

약사들이 자꾸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회사제품을 같은 성분이라면서
권할 때다.

약사들은 영리추구를 위해 역매품이라는 마진이 큰 제품을 팔게 된다.

이런 제품은 낮은 생산원가로 만들어져 싼값에 약국에 공급된다.

우려스러운 것은 일반 공산품도 아니고 건강과 생명이 좌우될 수 있는
의약품인데도 저가로 만들다보면 원료구입이나 품질관리에 부실해질 수 있고
약효가 떨어지는 제품이 나올수 있다는 점이다.

약효를 측정하는 유효한 판단기준은 생물학적 동등성(Biological
Equivalance.이하 생동성)시험이다.

이 시험은 처음 신약을 개발했을때 나오는 제품(원천신약)과 이를 모방한
제품(모방신약, 개량신약, 카피약 등으로 불림)의 유효성을 비교하게 된다.

모방제품은 원천신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됐거나 특허권을 저촉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제법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모방한 제품을 말한다.

생동성 시험은 약을 먹고 나서 시간에 따라 얼마나 활성 약효성분이
혈액에서 작용하는지를 비교하게 된다.

평균혈중농도 최고혈중농도 혈중작용시간 등을 비교해 오리지널 제품과
카피제품이 20% 이상 차이를 보이면 불합격 판정을 받게 된다.

약품의 유효성 안전성을 엄밀히 따진다면 이 시험만으로도 부족한게 많다.

약물의 흡수 대사 배설 등에 관한 약물 역동학적 검토도 필요하다.

문제는 아직도 기본적인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 89년 이후 새로 등록된 모방제품에 한해서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치도록 했는데 현재까지 이를 통과한 의약품은 80여성분에 지나지 않는다.

89년 이전에 모방품으로 허가받은 의약품은 생동성시험을 거치지 않아
부실한 약효를 내는게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앞으로 생동성 시험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품목당 생동성 시험비용이 2천만~3천만원에 이르러 업체의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품질이 부실한 의약품을 생산하다 발각된 사례도 적지 않다.

건일제약은 소의 비장에서 추출한 성호르몬생성촉진제 "솔코스프렌"을
수년전 출시해 재미를 보았다.

여성 갱년기장애에 특효를 나타내는 이 약은 건일이 스위스 솔코사로부터
높은 가격으로 원료 및 가공기술을 들여와 히트시킨 제품이다.

이후 한영제약 계명제약 대화제약 삼천리제약 등이 모방에 나섰다.

96년 7월 건일제약 관계자는 솔코스프렌 모방제품의 약효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자료를 입수하고 보건당국에 품질 및 규격 적합성에 대한 검토건의서를
제출했다.

솔코사에 의뢰해 HPLC법과 전기영동법으로 분석한 결과 모방제품은 조성이
다르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불순물이 혼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여를 옥신각신한 끝에 지난해 7월 건일제약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모방업체들은 생산허가를 자진 반납했다.

그동안 팔려나간 모방제품은 줄잡아 50억여원어치.

이렇게 큰 문제가 발생했지만 당시 보건당국의 관계자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했다.

전혀 약효가 나지 않는 제품을 제약회사는 한갑에 12만원씩에 팔았고
소비자들은 이런 내용도 모른채 비싼값을 주고 샀을 뿐이었다.

또 다른 사례.

칼시토닌 성분의 골다공증 치료제를 수입한 C사.

이를 모방해 D사가 유사제품을 내보냈다.

분석결과 카피제품은 오리지널 제품에 비해 유효성분이 크게 부족했다.

이유는 호르몬을 포장하는 유리에 칼시토닌이 일정량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C사는 특수 재질의 유리를 이용한 포장 방법을 원료와 함께 적잖은 기술료를
주고 도입했는데 D사는 원료만 값싸게 들여왔고 포장방법은 간과한 탓에
빚어진 문제였다.

의약품원료 수입에도 문제가 많다.

대표적인게 항생제원료.

중국 인도 등에서 값싼 원료를 들여다 과자찍듯 내보낸다는게 업계 관련자의
고백이다.

그나마 이탈리아 동유럽에서 수입된 것은 조금 나은 상태.

국내에서는 성상과 이화학적 특성 등 수입요건만 채우면 불순물 순도 등에
대한 실사 없이 수입허가를 내주고 있다.

검사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C사의 L모 이사는 업계에서 30위권 밖으로 벗어난 영세업체들은 서슴없이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자기회사도 불법이긴 하지만 품질제고를 위해 수입원료를 한번 더
정제해 불순물을 거른후 완제 의약품을 만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우황청심원도 조심을 요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메이커인 또 다른 C사의 한 관계자는 일반인이 이름도
잘 모르는 업체가 만든 제품에는 원산지 및 약효성분함량 등이 의심스런
생약제가 원료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면밀한 유효성 검정이 가장 필요한 의약품은 주로 백신 호르몬제 항생제
등 생명공학 관련 제품과 생약성분의 약들이다.

더욱이 이런 제품은 향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안전성 및 유효성
확보가 시급히 요구된다.

의약품의 완벽한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일정한 기술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고 인기제품을 모방하는 제약업체의 풍토가 개선돼야
하고 <>식약청의 인력 및 기구가 확충돼 의약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