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메이크업 시장에 IMF시대의 어두운 분위기가 깔리고 있다.

화장품업체들이 내놓은 가을 메이크업에서는 예전의 화사하고 발랄한
색상을 찾기 어렵다.

저채도.저명도의 중간색이 대부분이다.

갈색 자주색 커피색 회색 등이 섞이면서 무겁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핑크나 커피색도 원색 그대로가 아니다.

회색빛이 섞여 밝기와 선명도가 떨어진다.

화장품업체들의 메이크업 캠페인 테마만 봐도 그렇다.

"때론 흑백영화처럼"(LG생활건강 코리아나), "타락천사"(한불화장품),
"블랙엔젤&화이트엔젤"(한국화장품)등 어두운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테마가
많다.

태평양은 올 가을 영화팬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를 테마로 잡았다.

시대 분위기가 행복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어깨를 맞대 함께 행복을 추구하자는 취지에서다.

감성적인 주제에서는 흑백영화시대를 그리워하는 복고풍 경향도 엿보인다.

어려운 시기를 만나면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마련.

화장품업체들은 이같은 본능을 감안, 흑백영화시대를 연상시키는
메이크업을 제시하고 있다.

가을 색상을 결정짓는 립스틱은 갈색 포도주색 흑적색 계열이 주류를
이룬다.

아이섀도에서는 회색이 강하다.

대부분의 화장품업체들은 카키 다크 모노 스모키 엔젤그레이 등으로
명명된 아이컬러를 제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원숙하고 지적인 눈매를 권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측면에서 해석하면 올 가을 메이크업 색상은 다분히 지적이다.

분위기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라 자숙하는 듯하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모습.

지난날 흑백영화에서 본 듯한 이지적이고 냉철한 여주인공 같은 모습.

가을 여자는 이런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실직자들이 거리로
몰려나오는 IMF시대의 어두운 거리.

올 가을 메이크업은 이런 사회상을 반영하면서도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