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나 각종 국제대회에서 발군의 성적을 거두어 국민적 자긍심을 높인
스포츠 스타가 종종 있었다.

최근에는 박세리 선수가 미국 골프대회에서 네 번씩이나 우승해 온 국민은
물론 세계인을 경탄케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대회들은 올림픽경기도 아니고 공인된 국제대회도 아니며 미국의
프로나 아마추어선수들이 참가한 경기였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올림픽에서의 우승 이상으로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국위를
선양했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누구나 모든 스포츠를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좋아하지 않는 스포츠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따름이지 싫어하거나
비난의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나 골프에 대해서만은 무관심의 정도를 넘어서서 아예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때로는 죄악시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골프는 호화사치의 대명사처럼 간주돼 세금, 환경 등 온갖 규제가 따라
붙기도 하며 공직자 사정이 거론될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박세리라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한 것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거기에다 그간 골프를 죄악시해온 사람들까지도 밤을 지새워 경기를
지켜보면서 열광하는 모습은 더욱 더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골프는 아직 대중화된 스포츠가 아니다.

그렇다고 호화사치의 대명사로 매도될만큼 유난스러운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나한테 해롭지 않고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 한 남이 무엇을
하든 결코 매도하지 않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

내가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해서 남이 골프를 치는 것을 비난하거나
죄악시하는 태도는 시장경제구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세리의 승리가 바로 우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로 승화되길 기대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