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시스템의 효율성 ]

김승제 < 보험개발원장 >

지난 8월11일 4개 생보사에 대한 금감위의 영업정지조치 등 시장퇴출을
전제로 한 보험산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었다.

금번 부실생보사의 퇴출원인은 무엇보다도 성장지상주의 경영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생명보험은 대수의 법칙이 경영의 기본이 되므로 조기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 부실생보사는 양적 성장위주로
경영한 점이 있다.

이에 안전성및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못해 부실을 크게 했다 하겠다.

4개 생명보험사에 대한 시장퇴출과 우리 보험산업이 직면해 있는 문제점이
주는 교훈은 무엇보다 효율성과 안전성 위주의 새로운 질적경영의 패러다임을
확립하여야 비로소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IMF체제 이후 일련의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소비자들의 안전성에 대한
민감도는 금융기관 선택시 우선적 고려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효율성을 무시한 채 경영의 안전성을 도모한다는 것은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환경변화속에서 가능한 일이 아님은 자명하다.

따라서 모든 경영시스템을 효율성에 초점을 두어 재정립할 것이 요청된다.

홀로서기가 불가능하다면 외자도입을 포함한 합병이나 사업의 매각도
신중하고 과감하게 시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총론적으로 원가절감을 위한 조직역량의 극대화에
주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원가절감에 의한 적정이윤의 확보와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제고와 이에 따른
매출을 증가시킴으로써 다시금 원가절감의 여지를 만드는 순환고리를
창출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상품운용측면에서는 경제상황에 대한 예측이 곤란한 점을
고려하여 판매상품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것이 요구된다.

특히 자사에 적합한 주력상품을 특화한다거나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모든 보험상품에 대하여 대형사와 동일선상에서 전면적인 경쟁을 시도하기
보다는 일정분야에 특화하여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종합보험화와 더불어 미개척분야에 공동투자함으로써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노력을 병행하여 수요층을 다변화하는 것도 이러한 차별화전략의 일환이 될
것이다.

자산운용은 보험산업의 구조상 보험영업분야와 함께 양대 기본축을 형성하고
있다.

보험영업의 경쟁여건을 볼때 자산운용의 성패가 향후 그 회사의 존립을
가름하는 주요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만성적인 자금의 초과수요와 대마불사의 투자대상이 사라지고 국제수준으로
회계기준이 강화되는 현실에서 투자방향도 새롭게 모색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새롭게 인식되어야 할 불변의 원칙은 수익성 못지않게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있다.

투자대상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기능과 함께 다양한 투자위험을 분산하는
전문성의 구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영업관리 측면에서 강조하여야할 부문은 판매채널의 재구축이다.

판매채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실하거나 영세한 모집조직에 대한
과감한 통폐합 등 구조조정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의 선호를 중심으로 판매채널을 다변화, 세분화하고 고객정보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전개함으로써 판매의 경제성을 제고할 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보험사는 그 규모에 상관없이 공급자보다 소비자위주의 경영을 통해
내실경영을 얼마만큼 하느냐에 사활이 달려있다고 본다.

퇴출 대상에서 제외된 보험사도 향후 경영상태가 건전치 못할 경우 언제라도
추가로 퇴출될 수 있는 개연성이 상존하고 있다.

즉 보험산업에 대한 1차적인 개혁의 메스는 정부가 댔지만, 그 다음은
소비자선택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한 퇴출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대상이 될 수 있는 우량한 보험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 되었다.

효율성을 전제로 한 질적인 성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감독방향도
같은 맥락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많은 고통과 인내가 따르는 만큼 우리 보험산업이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