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편작의 비방"

해외석학들의 훈수는 한결같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다만 구조조정의 경제속도와 강도를 보는 안목은 서로 다르다.

MIT 경제학 교수출신으로 국제금융이론가인 스탠리 피셔 IMF 부총재는
"과감한 구조조정이야말로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제고하는 명약"이라고
단언했다.

한국 금융위기가 자산가격버블, 과잉투자, 허약한 금융시스템, 금융감독
소홀, 정경유착 등 구조적 문제들의 합작품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금융위기는 구조적 문제가 낳은 사생아"라며 "구조조정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넘어 중단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감한 금융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돌파구"란 폴 크루그먼 미국 MIT대
교수의 처방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한국 등 외환위기를 경험한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은
대출분야의 도덕적 해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금융구조조정은 낙후된 금융시스템을 혁신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지름길이다.

로렌스 크라우스 미국 UC샌디에이고대 교수는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초점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늘리고 대기업 재무제표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브 윌리엄스 얼라이언스 캐피털사 회장의 진단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처음에는 한국의 경제위기가 외환문제인줄 알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니 경제구조가 총체적으로 썩어 있었다"고 들려줬다.

그는 "금융개혁의 청사진을 내놓고도 금융감독위원회 재경부 청와대중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전혀 알수 없다"며 개혁의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사무차장인 조안나 셀튼 여사는 명의다운 처방을
내린다.

그녀는 "한국병에 대해 금융시스템 개혁이란 대증적 진료만으로 대응해선
안될 것"이라며 "경제시스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구조개혁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구조를 송두리째 갈아엎는 불도저식 구조조정에 대해선 경계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반대론자들은 특히 IMF의 과속 드라이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IMF 처방이 해당국가에 과감한 개혁을 몰아붙여 빚을 신속하게 갚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IMF 비판론의 선두주자인 제프리 삭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IMF가
구조개혁에 급급한 나머지 충분한 준비없이 졸속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경우 해당국가의 신뢰도를
높이기는 커녕 위기감만 심화시킬 뿐이라는게 그의 견해다.

마틴 펠트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교수는 "구소련 및 동구권 등
체제전환국에 적용된 구조개혁이 한국에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은행(IBRD) 부총재도 대표적인 안전운전론자다.

그는 금융구조조정이야말로 경제성장의 "두뇌"및 "심장"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개혁이 시급한 분야로 꼽는다.

이어 구조조정은 비교적 안정적인 시기에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급격한 경제및 금융개혁이 불안한 한국경제를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개혁은 오히려 급체를 일으켜 금융분야를
약화시키고 남은 개혁과정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게 그의 시각이다.

로버트 웨이드 미국 브라운대 정치경제학 교수는 "한국의 구조조정은
경기부양과 함께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긴축을 통한 구조조정보다는 재정확대를 통한 인플레 정책이 효율적이란
지적이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