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채발행 및 유통제도를 대폭 개편키로 한 것은 채권시장은 물론
금융시장 전체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의 발행과
유통을 늘려 일반인들도 쉽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함으로써 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재테크 수단을 제공한다는 것이 정부가 설명하는
제도개편의 배경이다. 또 국채거래가 많아지면 국공채시장에서 형성되는
유통수익률이 금융시장의 지표금리, 즉 시장실세금리의 기준 역할을 할 것
이라는게 정부가 기대하는 또다른 부수효과이기도 하다.

사실 작년말의 외환위기이후 회사채시장은 일부 대기업만 이용할 수 있을뿐
대다수 기업들은 활용이 불가능해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우리는 정부가 국채제도 개선을 통해 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한 것은 시기적으로나 그 내용에 있어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다만 실제의 제도운용이 그같은 목적에 얼마나 충실하게 이뤄질수있겠느냐
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 이른 감이 없지않다. 다시말하면 국채발행 및
유통확대가 전체 채권시장 활성화로 이어져 민간기업들의 직접금융 조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귀결되지 않고 단지 정부가 필요로하는 재정자금 조달
효과에 한정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때문이다. 그렇게된다면 자본시장은 물론
금융시장에도 적지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우선 시중의 유동성은 한정돼있다고 볼 때 국채로 몰리는 몫이 많으면
많을수록 민간이 이용 가능한 자금은 그만큼 적어질수밖에 없다. 극도의
경색현상을 보이고 있는 현재의 금융시장 여건하에서 기업들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더욱 우려하는 것은 시중의 금리상승을 선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재경부는 올해 최소한 12조원어치의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내년
이후부터는 매년 20조~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정도의
정부자금 소요를 국채발행을 통해 시중에서 소화시키려 한다면 필시 금리
인상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국채가 아무리 안전성의 매력이 있다하더라도
민간기업과 자금확보경쟁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경제의 최대 당면과제중 하나가 금리인하를 통해 기업을 회생
시키는 일이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국채발행을
통한 재정자금 확보가 시급하다하더라도 금리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관계당국간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국채인수는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지금은 통화량을 생각하기보다 실업과
불경기해소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무리한 채권시장 소화는 삼가면서 일정부분의 국채를 한은이 인수케하면
공개시장조작의 수단을 확충하는 결과를 가져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