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환시장정책이 선회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원화가치의 하락을 방지하는데 주력했다.

앞으로는 원화값을 적절하게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바꾼다.

외환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장자율을 포기할수도 있다는 얘기다.

외환보유고도 가능한한 많이 쌓아둔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외환정책 방향이 급선회한 것은 위안화 평가절하와 엔화하락등
동남아 외환위기가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배경으로 한다.

홍콩달러화 투기로 촉발된 지난해의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쯔강 홍수로 이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환율정책의 주요목표부터 달라지고 있다.

외환위기가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게 최선이었다.

원화의 방어논리는 이랬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가뜩이나 추락한 대외신뢰도가 더 떨어지고
외국인투자자금이 빠져나간다는 우려에서였다.

달러화를 갖고 들어왔던 외국인들은 원화값이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만큼 즉각 주식을 팔아치우고 떠날 가능성을 정부는 염려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온
외국인직접투자유치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점을 우려했다.

외자유치의 차질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과도한 원화가치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경기가 더욱 침체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엔화가치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도 장쩌민 주석이 절하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절하압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에는 점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따라 정부가 원화가치하락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원화환율은 1주일만에 달러당 1천2백원대에서 1천3백원대로 올랐다.

지난달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46엔까지 떨어졌을 때와 비교하면
원화환율이 1천4백원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는 위안화가 절하되는 경우 원화가치의 동반하락을 유도하겠다는
내부입장을 정리해놓고 있다.

다만 급격한 하락만은 막겠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외환보유를 늘리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은행들에 지원했던 외화자금을 조기에 상환하는 경우 금리를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등에 대해서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매입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외환보유고를 확충하는 동시에 원화가치가 주변여건에 맞게 낮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엔화급락 위안화절하 우려등에 따른 외환불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와함께 외환보유고 확충이 시급하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당초에는 올연말에 만기가 되는 IMF지원자금 28억달러와 이자
3억달러를 조기에 상환할 방침이었다.

외환보유고가 IMF의 예상치 4백3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원화가치 상승압력을 줄여보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외환보유고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 당초 방침을 유보하고 연말께
확정키로 했다.

또 공기업에 대해서도 과당경쟁방지와 환율상승을 위해 해외차입을
억제시켰지만 저금리에 차입할수만 있다면 막지 않겠다는 탄력적인 입장이다.

정부는 이같은 방안을 통해 연말께 외환보유고를 5백억달러가까이 쌓을
계획이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1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