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은 사회를 뒤흔드는 문제로 풀기가 아주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경제학은 일자리를 늘리는 길에 대해 또렷한 처방을 내놓는다.

재취업을 위한 기술교육은 그럴듯한 처방이어서 늘 실업대책의 앞머리에
낀다.

그러나 실증적 연구들은 기술교육이 취업이나 재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게다가 이번 대량실업은 종업원들이 기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그리 많지않은 비용을 들여 배울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기술교육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것은 자원의 낭비일
가능성이 크다.

취업정보가 보다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하는 것은 일자리를 늘리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일은 이미 꽤 잘 진행되고 있으므로 정부의 추가 지출이 상응하는
효과로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일자리를 늘리는 데엔 규제 완화가 꼭 필요하다.

특히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행해지는 갖가지 규제들을 걷어내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가 아주 심하기 때문에 부분적 완화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허가된 것만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금지된 것만 할 수 없는 상태로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실업대책의 핵심은 역시 노동시장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다.

노동시장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막는 조치들은 모두 노동비용을 높여서
일자리를 줄인다.

지금 정부의 실업대책에서 핵심은 기업들에 고용유지를 부탁하는 것이다.

비록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것은 비합리적이며 궁극적으로 실업을
늘린다.

어떤 시점에서 한 기업에 적정한 고용수준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든지 기업이 적정 수준보다 많은 인원들을 고용한다면
그 기업은 위장 실업을 유지하는 셈이다.

정부와 해당 종업원들에겐 그런 위장 실업은 물론 큰 뜻을 지닌다.

그러나 그런 초과 고용은 당해 기업에 큰 짐이 되고 우리 경제엔 별다른
뜻이 없다.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은 진정한 일자리들이지 그렇게 억지로 만들어낸
것들이 아니다.

게다가 그런 조치는 직업 시장에 막 나온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는 것을
막는다.

젊은이들이 지닌 새로운 지식이 쓰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 큰 사회적 손실을
뜻한다.

따라서 "정리해고"만을 허용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못된다.

기업들은 어느 때나 덜 필요한 사람들을 내보내고 더 필요한 사람들을 골라
쓸 수 있어야 한다.

얘기가 거기서 끝난다면 실업의 엄청난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뜻에서 그런 위장실업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일자리를 줄이고 경제를 해친다.

억지로 떠맡게 된 종업원들은 기업에 짐이 돼 기업은 다른 나라들의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된다.

그래서 규모가 줄어들거나 파산하게 된다.

자연히 장기적으론 일자리가 줄어든다.

잉여 인력을 해고하기 어려우면 기업가들은 그런 조건을 고려해서 사람들을
쓰게 된다.

그런 사정은 노동비용의 실질적 상승을 뜻하므로 일자리를 줄인다.

기업가들은 전반적 기업활동을 줄이거나, 싼 노동력이 있는 해외로 나가거나
자동화를 추구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근년에 우리나라에서 산업용 로봇을 이용한 공장자동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노동비용이 가파르게 올랐고, 지나치게 경직된
노동법이 시행되었고, 아주 전투적인 노동조합들이 활동했다는 사실과
분명히 관련이 있다.

한번 사람을 고용하면 그를 해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에선
기업가들이 노동자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구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들까지 공장자동화에 투자했다.

그런 투자는 이번 경제위기에 중소기업들이 도산하도록 만든 주요 원인들
가운데 하나였다.

경제학은 쓰디쓴 진실을 내놓는다.

기업들이 사람들을 쉽게 쓰고 내보낼 수 있어야 사회의 일자리들은 최대한
으로 늘어난다.

그것은 받아들이기 무척 어려운 진실이다.

특히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에겐.

시민들이 그 쓰디쓴 진실에 바탕을 둔 합리적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은 정치적 지도력이다.

실업은 궁극적으로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