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의 주세율을 문제삼아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조정위원회에 제소한 결과 일단은 EU가 승소했다. 즉 위스키세율이
1백%인데 비해 같은 증류주인 소주세율이 35%인 것은 한국의 소주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차별과세인 만큼 한국정부에 위스키와 소주세율의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주세법을 고칠 것을 권고한다는 평결내용이 나왔다. 이미
어느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후속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재정경제부는 일단 WTO에 항소하고 올해말쯤 나오는 최종판정 결과 항소가
기각되면 주세법을 고치기까지 다시 15개월의 이행기간이 주어지는 만큼
사태추이를 봐가며 최대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인듯 하다.
하지만 소주가 위스키의 직접적인 경쟁 또는 대체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주세율은 문제될게 없다는 우리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만일 우리측의 항소가 기각될 경우 선택은 소주세율을 양주세율 만큼
올리거나 아니면 양주세율을 소주세율로 낮추는 두가지 뿐인데 이경우
소주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EU가 WTO에 제소
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가 패소할 경우 소주세율의 인상을 주장한바 있다.
그 이유는 세율조정이 과세형평이나 세수확보 그리고 이번 경우처럼 통상
마찰해소 등을 위해서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호 및 국제수지방어 등의 다양한
정책목표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위스키세율이 2백%에서 1백%로 인하된뒤 수입위스키 소비가 급증해
국제수지적자가 확대되고 국민건강을 위협했던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호와 국제수지방어 그리고 세수증대를 위해서도
소주세율과 위스키세율을 하향조정하는 것보다는 상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본다. 그리고 소주세율과 위스키세율을 상향조정하는 경우 그동안
문제가 됐던 맥주세율과의 과세불공평 완화도 함께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소주세율을 올린다고 해도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행기간
동안에 단계적으로 인상하겠지만 소주시장이 어느정도 타격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올해초부터 소주시장이 개방됐고 IMF
체제이후 술소비가 상당히 위축됐기 때문에 차라리 소주업계가 이번 기회에
소주의 고급화 및 개성화를 적극 추진하는 등 국내외 환경변화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밖에도 외국산 위스키와의 본격적인 시장경쟁에 대비해 소주뿐 아니라
맥주 탁주 민속주 등 다른 국산주류산업은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국산
위스키의 가공비용을 절감하는 등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하겠다. 주세율이 국내주류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