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에 금강산 개발과 관광사업이 곧 실현된다.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에서 열리는 투자설명회에도 국내 1백개사가 무더기
로 참가하기로 했다.

잠수함 사건 등의 악재가 돌출됐지만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통일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햇볕정책"에 대한 재검토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금융위기를 치르면서 통일논의는 "나중에 경제가 좋아지면 하자"
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로이 리처드 그린커 교수(조지 워싱턴대학)는 경제
교류와 잠수함사건 등이 교차되는 요즘의 상황을 보면서 "한국에서 통일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기고를 본지에 긴급히 보내
왔다.

한국인들 사이에 통일에 대한 불안감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특히 경제위기를 이유로 통일논의를 늦추자는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정치.경제적인 접근에 앞서 국민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불안감을 해소
하는게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그린커 교수는 최근 "한국과 미래 ; 통일과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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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통일을 "신성한(sacred)" 지상과제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제를 풀기에는 아직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통일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에 불안감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 한국에서 나온 한 조사통계를 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반도에
분단상태가 당분간 더 지속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이 통일을 추진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은 한국인등의 심리 저변에
깔려 있는 이런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당장 통일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다분히 환상적인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경제적인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통일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보다 통일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바로 잡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작년 5월, 한국의 한 언론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은 현재 경제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기 때문에 북한과 통일문제에
대해 논의하기에 적합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었다.

그는 통일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인 자유가 보장돼
있어 통일이 휠씬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글 다시 만났으나 입장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한국이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장 통일을 논의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많은 정부인사와 학자들도 지금 당장 북한과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통일논의를 풀어나가는게 무리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양국
국민들의 통일을 위해 심리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해야 될 때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에서 두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우선 한반도 통일문제에 있어서 경제적 측면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상황이 좋으면 통일논의도 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심리적인 공감대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설사 경제가 나쁘더라도 다를게 없다.

통일을 염원하기만 한다면 천천히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적인 상황이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거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두번째는 한국인들이 아직 무의식적으로 통일에 대해 저항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통일을 애기할 때 경제적 상황이 심리적인 요인보다
우선시돼 왔다.

돈이 있어야 통일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래서 정부는 항상 경제적인 상황을 국민들에게 설명해 왔다.

이는 오판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을 정치.경제적인 문제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경제와 정치상황이 아무리 좋더라도 국민들의 정신적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할 수 없다.

설사 경제상황이 나쁘더라도 정부의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
남북 양측 정부는 화해의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통일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를 씻으면서 통일논의를 시작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가지 해결책은 양측이 경제문제와 별개로 통일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에서부터 단계적으로 가까워지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50년이란 분단의 시기는 긴 세월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위치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해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마음내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점에서는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에게 통일이 가져올 세계가 전혀 혼란
스럽지 않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다.

이와함께 김대중 정부가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
하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통일을 "정복"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북한이 "바뀔 수 있고" "전환되어야 하며" "새로운 삶을 찾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을 만나보면 이같은 사실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 탈출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쉽게 알수 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자연환경을 빼면 보존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송두리 채로 뒤집어 버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최근에 만난 통일 관련부처의 한 공무원은 이렇게까지 말했다.

"우리는 북한이 "전라도"처럼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백제의 수많은 문화재들을 파괴했기 때문에 전라도에는 관광
거리가 없다"

이 관리뿐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이 "같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서로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한국과 미래"라는 책에서 밝혔듯이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차이점"
을 기반으로한 통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남한과 북한은 정치.경제적인 면에서의 통일논의보다는
다음과 같은 분석적인 문제들을 준비해야 한다.

즉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냉전과정에서 형성된 상호
비판적인 견해, 국민들이 통일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감, 통일과정에서의
사회적 혼란등을 불식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경제위기문제를 통일과 연관짓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경제는 국민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rgrink@gwis2.circ.gwu.ed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