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는 각기 그것에 상응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가령 요즘 거의 일반화되다시피 한 "장밋빛"과 "보랏빛"은 미래의 "밝음"과
"어두움"을 나타내는 정반대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대체로 붉은색은 사랑과 정열, 녹색은 희망, 황색은 안정과 같은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색채상징은 공통적인 것도 있지만 각 나라나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예를들어 흑색은 어떤 문화권에서 권위의 상징이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예부터 붉은색은 동양문화권에서는 악귀를 쫓는 벽사나 재생을 상징하는
"생명의 색깔"로 쓰였다.

동양인의 붉은색에 대한 인식은 지금 중국인이 그런 것처럼 각별히 호의적
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독교를 믿는 서양인들은 좀 다르다.

그들은 "피의 이미지"를 통해 붉은색을 우상 사탄 희생 전쟁 증오 분노
혁명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성경에서는 기독교가 배척하는 우상이 대부분 붉은 흙으로 만들어진다.

"요한계시록"에는 7개의 진홍색 머리를 가진 괴물을 탄 사탄이 나온다.

예수를 팔아먹은 유다도 붉은 머리로 묘사돼 있다.

"적의 억센 용사들이 자줏빛 갑옷을 입고, 붉은 방패를 들고 마구 쳐들어
온다"는 성경의 표현을 보면 붉은색은 적의 상징색이다.

현대에 들어오면 붉은색은 완전히 혁명을 뜻하는 정치적 상징색이 돼버린다.

프랑스 혁명때 자코뱅당원들의 상징은 "붉은 깃발"이었다.

그때 벌써 "붉은 군대" "붉은 광장"의 명칭이 쓰였다.

1860년 이탈리아의 가리발디는 붉은 셔츠를 입고 왕정타도에 앞장섰다.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공산국가들은 한결같이 붉은 기를 국기로
제정했다.

주 호주 한국대사관은 최근 국내 시위 노동자들의 붉은 머리띠가 투자유치에
방해가 된다고 정부에 보고했다는 소식이다.

붉은 머리띠가 호주 경영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어디 호주 경영인들 뿐이겠는가.

붉은 머리띠를 맨 시위대를 볼때면 같은 국민인 우리도 섬뜩할 때가 많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