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적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나, 눈앞을 가릴만큼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공차기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동네 공토나 눈밭에서 말이다.

현대건설 축구동호회 회원들에게는 그것이 추억이 아니다.

비나 눈이 올 때 항상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이다.

장마철에 폭우가 쏟아져도 "이번주에 경기가 있나"라고 묻는 회원은 없다.

매주 토요일 낮 12시30분.

안국동에 있는 한식집 "전원"에는 회원들이 어김없이 모여든다.

영종도나 분당 현장에 있는 직원들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모임에 빠지지
않는다.

점심을 같이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 경기장으로 향한다.

"경기하면서 서로 몸을 부딪치고 땀을 흘려야 직성이 풀린다"는게 회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주말마다 경기를 해야하니 집행부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기장 확보다.

인구에 비해 운동장이 적은 서울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02년 월드컵 주최국의 현실로서 아쉬움이 있다.

회원들 대부분 97년 봄에 열린 한국-아랍친선체육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아랍13개국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축구경기를 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50여명이 모여 그해 11월에 동호회를 발족했다.

출범과 동시에 인천 건설기술교육원에서 열린 건설업체 친선체육대회에
참가했다.

지난 6월 한국-아랍친선체육대회에서 우람한 체격을 가진 아랍대사관
직원연합팀과 치열한 경기끝에 승리,2연패했다.

모임에는 반드시 원칙이 있다.

첫째 당일 모임에 참석한 회원은 모두 경기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기량의 차이와 관계없이 몸만 성하다면 경기한다.

그러다보니 전반과 후반에 전혀 다른 구성원으로 경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두번째는 페어플레이정신이다.

현대건설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며 경기 매너를 지킨다.

경기를 마치고 주변의 쓰레기를 줍고 나서 집으로 향하는 회원들의 마음은
벌써 다음주 경기를 생각한다.

송영상 < 현대건설 축구동호회 총무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