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내부거래를 뿌리뽑아 기업구조조정을 재촉하려던 공정거래위원회가
멈칫거리고 있다.

5대그룹이 공정위의 판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부터 당초
기세가 한풀 꺽인 시색이 역력하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음인지 지난 10일 열린 위원회 심결에선 부당행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거듭됐다.

그룹들은 14일까지 공정위에 추가로 해명자료를 제출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당초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공정위는 이 자료를 검토해 1차조사에 대한 최종판단을 다음주에 내리기로
했다.


<> 1차 조사 결과 =부당내부거래 심사대상은 5대그룹 80개사의 4조원 규모.

당초 18개사에서 크게 늘어났다.

재벌들의 부당 자금지원이 그만큼 광범위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명확히 위법성이 있는 부당내부거래는 위원회 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적어도 1조원대는 부당성이 입증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그룹 반발 이유 =업계의 현실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해 달라는 입장
이다.

예로 A사는 계열사인 B사의 건물을 지어주고 공사대금을 수개월동안 받지
않았다.

A사 관계자는 "공사대금 미수는 기업자금사정에 따라 항상적으로 일어나는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계열사가 발행한 채권을 비싼 값에 사들인 경우도 마찬가지 논리다.

해당 회사는 "앞으로 채권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한 것이지 부당지원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반발은 그동안 관행이 부당행위로 판정되면 앞으로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부당지원회사는 매출액의 2%를 과징금으로 물게 된다.

또 부당지원을 받은 회사는 사실상 한계기업으로 판명돼 금융감독위원회의
퇴출대상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재계의 고민이다.


<> 쟁쟁한 그룹 변호사들 =그룹들은 공정거래법에 정통한 변호사를 대거
기용해 법리논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와 삼성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문변호사인 윤세리변호사(율촌법률사무소)
에게 변호를 의뢰했다.

SK그룹은 윤호일 공정위 비상임위원이 대표로 있는 우방법무법인에 사건을
맡겼다.

이밖에 LG는 정경택변호사(김&장), 대우는 신영무변호사(공정위 전
비상위원)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일전을 외치고 있다.

이에따라 공정위는 공정성시비를 우려해 윤 변호사를 고문변호사직에서
13일 물러나도록 했다.

윤 비상임위원도 이번 사건 심의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조사는 처음으로 자산과 인력, 자금지원을 부당내부거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판정결과가 2차조사및 앞으로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공정위 역시 대응논리를 개발하는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 기업구조조정 차질 빚을까 =지난주 전윤철 공정위원장은 청와대에 1차
조사결과를 사전보고했다.

심결결과를 금감위에 통보해 퇴출기업 2차선정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자율적이지 않고 강제적인 정부의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분위기여서 앞으로 판정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4일 대통령과 재계총수 회동에서 부당내부거래 근절에 합의한 내용도
자율을 전제로 했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이에대해 김용 공정위 사무처장은 "그룹들이 판정결과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관계없이 금감위가 요청하면 부당내부거래 조사자료를 퇴출
기업 판정참고용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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