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과 공.사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노사간 노정간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다.

오는 12일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연대해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며
14일에는 금속연맹이, 15일에는 금융.공공부문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어서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노동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은데도 제2기 노사정위원회는 출범 한달이 넘도록
고용승계 문제와 공기업 민영화조치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심해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내주중 노동계가 탈퇴한다는 방침이어서 제대로 일도 해보지 못하고
좌초할 위기를 맞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노사 갈등은 어느나라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며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몇가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퇴출기업 종업원들이 퇴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그렇고 정부가
기업들에 구조조정을 촉구하면서도 고용승계를 권고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물론 퇴출기업 근로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오늘의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시적 고통을 견디기 어렵다하여 퇴출에 반대한다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영원히 회복될 수 없을 뿐더러 더욱 큰 경제적 재앙을 불러올 뿐이다.

일본 야마이치증권사 종업원들이 파산퇴출시 보여준 확고한 직업윤리와
서비스 정신은 직장을 이탈한채 오늘도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국내 5개
퇴출은행 종사자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야마이치의 2천여 종업원이 미국 메릴린치사에 재고용된 것은 질서있는
퇴출이 인수회사는 물론 고객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장을 잃는 사태는 안타깝겠지만 보다 긴 안목에서 우리 노동계도 자제와
냉정을 회복해야 한다.

잘되는 기업이 있어야 언젠가 다시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것이고 그러자면
인수기업의 부실화는 어떻게든 막아야 할게 아닌가.

퇴출기업과 퇴출은행의 고용승계문제는 본질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문제를 노사정위에서 대화로 푸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노사정위에서 논의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만 원칙만은 훼손해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일단 인수은행측에서 30%안팎의 고용승계안을 제시하는 등 문제해결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앞으로 있을 제2의 기업및 금융기관 퇴출을 위해서도 고용승계문제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원칙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노사정 모두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구조조정의 기본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오늘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