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미국 조지워싱턴대 박윤식 교수는 전경련 산하 자유기업센터
초청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해외에서 본 한국 경제위기 전망과 해법"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이 IMF와 세계은행으로부터 유례없는 악조건의
차관을 받았다"며 소위 "바가지"론을 주장했다.

( 본지 6월26일자 참조 )

이에대해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국제기구과의 박영춘 사무관이 반론문을
본지에 보내와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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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춘 < 재경부 사무관 / 경제학박사 >

미국 조지워싱턴대 박윤식교수께서 작년말 외환위기때 우리가 국제통화기금
(IMF)및 세계은행(World Bank)으로 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바가지"를 썼으며 차라리 외채지불유예(moratorium)를 선언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이견이 있어 입장을 밝힌다.

첫째 박교수께서는 우리가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각국 쿼타에 의해 지원규모가 제한되는 IMF 지원체계와 새로운
지원제도 등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IMF의 한국에 대한 2백10억달러 지원은 우리나라 IMF 쿼터의
1천9백39%에 상당하는 것으로서 IMF 창설이후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지원
이었다(작년 태국 경우 5백5%, 인도네시아가 4백90%임).

또 금리의 경우 한국도 지금까지 IMF가 지원한 최대 규모인 멕시코 사례와
같이 쿼타의 6백85%에 대해서는 기존의 낮은 금리(약 4.6% 수준)를 그대로
적용받았다.

단 나머지 부분, 즉 전례가 없이 추가 지원된 1천2백54% 부분에 대해서
새로운 지원제도인 긴급 보완금융(향후 모든 회원국에 적용예정)에 의해 약
7.6% 수준의 금리가 적용된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외채 상환요구가 빗발치는 국가 부도의 위기 상황에서
산업은행 채권의 국제금융시장 유통금리가 약 13~14% 치솟은 것을 알고도
박 교수께서 "바가지" 운운한 것인지 묻고 싶다.

둘째 1백80여개국을 회원으로 하는 세계은행이 불과 4개월만에 97회계년도
차관자금의 3분의1에 해당하는 50억달러를 유독 한 회원국(한국)에 대해
지원한 것도 극히 파격적인 것이다.

박 교수께서는 이러한 세계은행의 지원에서도 우리가 큰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자금의 경우 5년거치 10년 상환조건임을 고려하면 우리의 실제
부담금리는 현저히 적은 것이다.

박 교수께서도 세계은행에 근무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원래 세계은행의
대후진국 차관은 1인당 국민소득이 5천5백달러이하인 국가에 대해서만 지원
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95년에 이를 졸업한 상태다.

우리는 지난해 12월 "지원 대상국을 이미 졸업한 나라에 대해 또 다시
그것도 대규모로 차관을 제공한 전례가 없다"는 회원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금지원결정(총 1백억달러)을 이끌어 낸 것이다.

박 교수의 소위 "바가지"론은 IMF나 세계은행 등의 국제금융기구 입장에서
보면 물에 빠져 죽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는 격일 수도 있다.

셋째 우리도 모라토리엄 선언을 통해 한 푼이라도 나라의 부담을 줄였어야
한다는 박 교수의 충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남북한 대치상황, 부족한 지하자원, 수출과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
하고 있는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의 경우 모라토리엄으로 인한 신뢰도 추락과
대외거래 중단, 그에 따른 위기확대 가능성을 고려하면 과연 모라토리엄이
책임있는 대안일까.

그동안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국가가 국제금융사회에서 신인도를 되찾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최소 10년의 세월을 고생했음을 세계경제 역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경제는 97년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올해도 그리고 내년에도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또 국제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위기 대처과정에서 일부 미흡했던 점이 있을 수 있다.

이는 훗날 우리 모두가 뼈를 깎는 아픔으로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로는 한국이 성공적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대표적 국가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 국내외의 보다 일반적 평가가 아닌가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