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퇴출은행의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중 고용승계에 이어 신탁자산의
인수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고객보호를 위해 퇴출은행의 신탁자산도 인수해줘야 한다는 금융감독위원회
의 요구에 대해 인수은행측은 우량자산만 선별적으로 인수한다는 P&A(자산
부채 인수)방식에 어긋나며 자칫 인수은행마저 부실화될 위험이 있다고
반대했기 때문이이다.

결국 정부는 자산실사 기간중 만기가 되는 실적배당 신탁상품에 대해서는
원금과 함께 정기예금 금리수준인 9%대의 배당을 지급하며, 중도해지하는
경우에는 원금만 내주고, 실사를 끝낸뒤 만기가 되는 신탁상품에 대해서는
만기 당시의 배당률을 원금과 함께 지급하기로 인수은행측과 잠정합의했다.

대신 실사결과 신탁상품 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수준을 밑돌거나 심지어
원금에도 못미칠 때에는 차액을 재정에서 부담해줄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방침은 몇가지 점에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가뜩이나 부실금융기관은 살아남기 위해 고금리상품을 남발하고 있고
일부 예금자들은 정부의 원리금보장 약속을 악용하고 있는 판에 예금보호
대상도 아닌 실적배당형 신탁상품까지 원금보장을 해주는 것은 예금자와
부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하는 일이며 예금자보호법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또한 돈쓸 데가 한두 곳이 아닌데 정부가 과연 신탁상품의 원금을 보장해줄
능력이 있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지난 5월말 현재 5개 퇴출은행의 실적배당형 신탁상품 가입액만 3조1천억원
이며 이중 1조원 이상이 부실자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부실규모가 1조원 정도에 그칠지는 실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그렇다
해도 다른 은행들이나 투신들이 퇴출할 경우에도 똑같이 원금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신탁예치기간을 늘린뒤 금전신탁이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지난
4월말 현재 통화지표인 MCT의 41.1%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 6월25일 현재 1백72조6천억원에 달하는 은행 금전신탁중
실적배당형이 약 73.5%를 차지한다.

또한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제시했던 높은 신탁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업
부도나 금융기관 폐쇄로 못받게 된 콜자금 기업어음(CP) 리스채 회사채 등을
고유계정으로 옮기는 편법을 동원했다.

따라서 인수은행의 신탁자산도 부실규모가 적지 않을 텐데 무슨 수로
원금보장을 해주겠는가.

신탁자금의 대규모 이탈 및 인수은행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 채권(RP)자금을 공급한다지만 이는 우선 당장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식의 임기응변에 불과하며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통제불능의 사태를
불러올 위험이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는 각자 자신의 의사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장자율의
원칙에 따라 예금자 자신이 손실을 떠안는 것이 사태해결의 정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