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을 겪은 아시아 각국들이 강도높은 "개혁"을 추진하면서 내부적인
문제점은 어느정도 해소되고 있다.

부실한 금융기관과 기업을 정리하고 관련제도도 대대적으로 수리했다.

따라서 또다시 환란을 겪게 된다면 그것은 외생적인 변수가 원인이 될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제동향이나 중요한 통화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특히 엔화와 위안화가 결정적 변수다.

엔저가 지속될 것이냐,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행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 두 통화는 명실상부하게 아시아경제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평가절하의 폭과 속도에 따라서는 그 폭발력이 아시아에 그치지 않고
세계경제 전체를 함몰시킬 수도 있다.

<> 엔화약세 지속될까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한데 이어
일본정부가 영구감세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를 적극 추진키로 하면서
최근들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얼마전 달러당 1백50엔선을 위협할 정도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1백38엔선에서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쪽에서도 엔화하락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필요할 경우 다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지원사격을 퍼붓고 있는게 약효를 내고 있다.

덕분에 아시아 통화와 주가도 대부분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현재로선 당분간은 엔화폭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게 국제금융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안정국면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데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1백35~1백40엔에서 움직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영구감세조치와 함께 조만간 발표될 은행개혁안의 약발이 일정기간 먹혀들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가을께는 일본정부가 시행한 경기대책도 가시적인 효과를 내게 된다.

그래서 연말께는 1백30엔선을 형성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본 경기대책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경제개혁조치가
지지부진할 경우 엔은 언제든지 "자유낙하"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기조적으로 일본경제 자체의 체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 위안화 절하되나 =위안화 평가절하의 파괴력은 엔저와는 비교가 안된다.

평가절하 하는 순간에 아시아는 무너진다.

세계경제 전체를 대공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물론 중국은 기회있을 때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다짐해 왔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다짐"과 "확인"은 그렇게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다.

상황이 나빠지면 도리없이 환율을 절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좋지않은 조짐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더해준다.

그동안의 엔화하락과 아시아위기의 영향이 드디어 중국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8%로 잡았지만 1.4분기엔 7%에 그쳤다.

수출증가율도 둔화됐다.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다.

만일 엔화가 더 떨어지면 위안화절하는 피할 수 없다.

아시아경제는 더욱 나빠질 것이고 중국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이 일본에 앞서서 엔화를 사들이는 등 엔화환율 방어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중국정부는 엔화가 달러당 1백60~1백70엔대까지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각종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최근엔 금리인하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환급률인상 등 긴급대응책을 마련해
위안화방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엔화환율 등 여러가지 상황이 지금처럼만 유지되면 위안화 절하는 피할 수
있다는게 국제금융계의 분석이다.

< 김수찬 기자 ki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