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주현 기자 현장을 가다 ]


"환란"이라는 이름의 초대형 행성이 낙하한 곳은 아시아 태평양이었다.

그러나 충격은 전지구적이다.

바다를 같이하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는 이미 1파를 맞았고 2파는 러시아
동구권 방향으로 빠르게 번져가는 중이다.

제3파가 방파제를 때리고 있는 곳은 미주대륙의 가난한 나라들이다.

안전지대라면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정도다.

20세기를 견인해왔던 시장경제는 기어이 선후진국 사이에 건널수 없는
심연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이라 한들 낙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아시아 수요의 감소는 시간이 가면서 선진국들의 경제 지반도 침하시키고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 IFO는 아시아 딥임팩트로 세계 경제성장율이 1%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연 "아시아발 세계공황"이 올 것인가.

환란 1년의 세계경제를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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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유럽

지리적 거리 만큼이나 아시아 환란 영향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오히려 아시아 상품의 저가공급 등 경제적 이점이 더 부각되는 경향마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시아 충격의 부정적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이탈리아가 "아시아 위기의 영향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이탈리아의 SKF라는 회사는 아시아 위기에 따른 세계 시장의 수요
감소를 반영, 4천여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충격의 서막인 셈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도 "아시아 위기로 세계경제가 20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계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경제가 7년째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다지만 이는 첨단 정보통신분야나
서비스, 금융산업 얘기고 일반 제조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제조업체들의 가동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고 취업자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아시아인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이지역으로 나가는 수출물량이 격감한
결과다.

최근에는 금융분야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시아에서 빠져나온 자본이 미국에 집중적으로 유입되면서 버블이 점차
부풀어 오르고 있다"는 경고가 반복되고 있다.


<> 러시아

러시아는 아시아판 금융위기가 재연될 후보국 0순위로 꼽히고 있다.

이미 IMF에 1백6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해 놓고 있다.

러시아는 아직 시장경제로의 이행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인 만큼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또 동구권 전체로 파급될 수도 있다.

아시아 사태에 자극받은 외국 투자자본이 이탈하면서 주가는 올들어서만
60% 가까이 폭락했다.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루블화 평가 절하 가능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초긴축과 세수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비상경제대책을 마련
하는 등 위기를 돌파하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불안감이 높아져 있어서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면 그동안 러시아 경제를 떠받혀온 독일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 위기는 체제전환 경제라는 근본적 취약성에서 출발한 만큼 근원적인
개선책도 나오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수십%선의 루블화 평가절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만일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러시아 정부의 사투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면
그 파장은 곧바로 동구와 남미로 번지게 된다.

세계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또하나의 시한폭탄이라는 이야기다.


<> 중남미

이 지역은 지난해 약 5.2%의 건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3.5%선으로 떨어질 전망이다(브라질 경제학자 게툴리오
바이가스 예측).

작년 3% 성장률을 기록한 브라질은 1%로, 멕시코는 7%에서 5.5%로,
아르헨티나는 8%에서 6%로 각각 주저 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아시아 경제위기가 이지역에 파급되고 있는 점이다.

아시아지역 수요감소로 원자재 수출이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주력 수출품인 원유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단기자금이 빠르게 빠져 나가고 있어 중남미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남미는 80년대 이후 이미 두차례나 외환위기를 겪을 만큼 취약점이 많다.

남미경제와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최근에는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릴 때마다 남미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아시아 경제가 호전된다 하더라도 중남미 경제 회복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수입을 늘리기 보다는 수출을 늘리는데 안간힘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국제 경제문제 전문가들은 중남미 지역이 아시아 다음 차례가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발표하고 있다.


<> 호주.뉴질랜드

호주는 전통적인 자원 수출 대국.

그중 60%가 아시아에서 소화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경제위기는 호주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호주정부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아시아 위기가 시작된 이후 6개월
동안만도 10%이상 줄어들었다.

관광산업도 내리막길이다.

퀸즐랜드 주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관광수입은 전년동기
보다 30%나 줄었다.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호주달러는 이미 지난 2월초 0.6262미국달러까지 밀려나 8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에 비해선 20%정도 하락한 상태다.

더욱이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5%에서 올해는 2.5%로 높아질 전망이고
실업률도 7%대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상적자액이 3백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SBC워버그사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뉴질랜드도 타격을 입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달 말 균형예산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지출에서
3억 뉴질랜드달러를 추가 삭감한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는 지난 연초에 이미 앞으로 2년 동안 3억 뉴질랜드달러를 삭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쉬플리 총리는 올 2.4분기에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져든 것 같다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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