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경영부실로 간판을 내리게될 55개 퇴출판정기업 근로자들이 거의 살아남게
됐다.

90%이상이 계열사에 흡수되거나 재고용된다는 소식이다.

특히 5대그룹에 속한 퇴출기업의 근로자는 거의 전원이 구제된다고 한다.

이기호 노동부장관이 밝힌대로라면 그렇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그 공을 이 장관에게 돌리고 있다.

그가 퇴출대상 인사담당임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하고 재고용
을 "독려"한 결과라는 것.

기업은 망해도 근로자는 살아남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어떻게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재계에서도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퇴출기업의 근로자들을 그대로 떠안으라는
노동부의 주문에 혀를 내두른다.

그렇다면 뭣때문에 구조조정을 요구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정상적인 기업에서도 20-30%씩 잘려 나가는 상황이다.

더구나 퇴출기업명단발표 이후 외국인들이 우리정부를 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미국 등 해외언론들이 한국의 구조조정이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고 꼬집고
있는 것은 이런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퇴출기업의 근로자구제를 진두지휘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원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고용을 촉진하는 것은 당연히 노동부 본연의
임무고 박수받을 일이다.

요즘같은 대량실업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퇴출기업에서까지 감원을 막으려는 것은 누가 봐도 모순된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김광현 < 사회1부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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