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는 기업에게 구조조정의 대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대마불사라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 수익성은 무시한채 과도한
차입경영에 의존해온 대기업에겐 더욱 그렇다.

관치금융을 주도해온 정부와 금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지배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다.

고려대학교 기업경영연구원(원장 이필상.경영학과교수)은 한국장기신용은행
한국경제신문사와 공동으로 16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업지배구조와
구조재조정"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 미국 일본 홍콩의 석학들이 참가, 각국의 기업지배구조를 비교 분석하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 정리= 유병연 기자 yoo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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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기업의 지배구조 ]

고지마 겐지 < 일본 고베대 교수 >

일본은 지난 10여년간 거품경제 붕괴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일본기업들은 지분과 관련된 부채를 활용, 투자자금을 저렴하게
조달했다.

경제가 꾸준한 성장세를 달릴 것이란 환상이 깔려 있었다.

일본기업들이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은행이
지난 2년간 단기이자율을 최저수준으로 유지해온 덕택이다.

일본정부는 90년대 중반까지 경쟁력이 취약한 은행까지도 보호했다.

2차대전 이후 당시까지 망한 은행은 하나도 없었다.

은행들은 대출담보로 기업의 부동산을 잡았다.

부동산 가격은 항상 오른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은행의 역할은 현금이 필요한 기업에 대출해주는게 전부였다.

기업의 수익성이란 것은 심각한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기업의 신용위험을 따질 필요가 없었다.

고속경제성장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시기였다.

기업이 문제에 직면하면 주거래은행이 나서 구제해 줬다.

이같은 암묵적 보장이 은행과 기업 경영자에게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초래한 것이다.

현재 일본기업의 지배구조는 중요한 전환기에 서있다.

대기업들은 더이상 은행과 정부의 통제를 받을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자본시장 자유화 이후 많은 기업들은 과도한 투자를 해왔다.

적절한 감독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상당부분의 투자가 부실상태에 빠졌다.

이중 대부분은 정부의 통제권 밖에서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또 기업의 주요자금원으로 직접금융이 간접금융을 대체하게 되었다.

따라서 주거래은행과 정부가 자금공급의 통제를 통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줄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의 잠재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이제 더이상 정부의 요구에 맹목적으로 순응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글로벌 스탠더드가 일본기업의 새로운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제적 회계관행에 맞은 회계기준 규정과 재무및 경영사항의 공시
등에 대한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