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철이 들어 갑니다"

고희를 넘겨 어려움을 당했던 한 기업인의 이 말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앞날을 예측하고 열심히 노력해도 최고가 된다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우리사회는 입문 프레미엄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소위 "좋은 자리"라는 울타리를 쳐 놓고 일단 그 안에 진입하기만 하면
출세를 보장받고 기득권이 보호되는 환경속에 살아왔다.

자동차운전면허는 이제부터 운전을 해도 좋다는 허가일 뿐이지 경주에
나갈 만큼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박사학위는
이제부터 제대로 자기 전공분야에 깊이 정진할 수 있다는 자격증(License
to learn)일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사회는 일단 학위를 받으면 마치 한 분야에 대가가 된양 더
이상의 연구는 뒷전으로 제쳐놓고 혼자 쓴 논문 몇편 없이 정년이 될때까지
교수라는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몇년전 WTO 체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계시장이 단일화 되면 지금까지의
체급별 싸움에서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만이 통하는 세상으로 바뀌기
때문에 살아남기위해서는 전문역량을 키워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우리사회는 그러나 이같은 변화가 우리와 별 상관없다는듯 특정한 분야에
일단 입문만 하고 나면 마치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행세하고 또 그렇게
대접해 왔다.

요즘 경제계 최대의 관심인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은 정치권과
관련분야의 몫이지만 특정전문분야에 입문하는 것이 곧 출세를 보장받는
기득권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분야에서 세계일류와의 경쟁을 시작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된다는 의식의 구조조정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필자는 오늘 친구아들의 사법고시합격 자축모임에 간다.

그자리에서 그동안 영감이라는 소리 들으며 선배들이 누려온 프레미엄일랑
아예 잊어버리고 지금부터 진정한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라는 당부를
해주려고 한다.

< jwkim101@chollian.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