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위원회와 재정경제부가 공기업 민영화작업의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새정부들어 공기업개혁을 주도해온 기획위는 실무작업만 재경부가 맡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재경부는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두고 정부 일각에서는 재경부가 민영화를 사실상 저지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자원부 등 다른 부처들도 은근히 재경부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

결국 사면초가에 놓인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이 뽑아든 공기업 개혁의 칼을
칼집에 넣었다.

공기업 민영화가 과거정권처럼 부분민영화 또는 단계적인 민영화라는
가면을 쓴 채 물건너갈 공산이 커진 셈이다.


<> 주도권 싸움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은 지난 6일 이규성 재경부장관을
만나 "기획위가 공기업민영화 등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하면 재경부가 구체적
인 매각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8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장관이 방미중인 가운데 정덕구 재경부차관은 "기획위는 밑그림
을 그려놓았다.

재경부가 실무작업을 하면서 세부적인 민영화방안을 짜야 한다"고 지난
7일밤 얘기했다.

한마디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 왜 붙었나 =기획위는 공기업등 공공부문 개혁의 칼을 기세등등하게
휘두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진념 위원장이 공기업경영혁신 공청회 하루 앞두고 멈칫거리는
모습이다.

기획위의 정부개혁실 실무자들도 의아해 했다.

"공기업 민영화 총대를 맨 진 위원장이 사후책임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작전상 후퇴를 결심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모 부처 고위관계자가 진 위원장에게 "기획위안에 대해 당신이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 얼마나 민영화되나 =기획예산위원회는 1백8개 공기업중 기업성이 강한
10여곳을 우선 매각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공기업의 상당지분을 넘길 방침이다.

달러를 벌기 위해 사업이나 경영권 매각까지 검토중이다.

반면 재경부는 생각이 다르다.

현행법상 민영화가 가능한 공기업은 11개정도로 비슷하지만 일부지분만을
넘길 속셈이다.

공기업 경영혁신은 달러획득이 아닌 효율성 증대에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지분매각 대상으로 한국통신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중공업 한국전력 포항제철 국정교과서 남해화학 한국종합기술금융
국민은행 주택은행 등 11곳을 꼽았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기획위는 독자적인 공기업 민영화방안을 짠 뒤
경제차관->경제장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획위안이 재경부나 산업자원부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벌써 산업자원부 등 일부 부처는 한국전력 등의 민영화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담배인삼공사등 해당 공기업들도 집권여당을 찾아가 국가재산을
외국인에게 넘겨선 안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노조등의 반발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하면 문민정부처럼 공기업 민영화가 소리만 요란했지 실천은 별로 없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